음악분수에 발 담그고 천수만 노을 보니 무더위 가신다[수토기행]
지역 대표 관광지로 즐길거리 풍부… 음악분수서 물놀이하며 더위 피하고
트릭아트존에선 연인과 ‘인생샷’… 노을 감상엔 ‘남당노을전망대’가 제격
죽도에선 둘레길 산책하며 자연 만끽… 홍성은 ‘애국자의 지역’으로도 유명
바다 매립지에 5만5000㎡ 규모로 조성된 남당항 해양공원은 홍성군이 여름 피서지 및 휴양지로 야심 차게 선보인 대표 관광 브랜드다. 해양공원은 물놀이 체험형 음악분수, 트릭아트 존, 네트 어드벤처 등 다양한 즐길거리를 갖추고 있다.
거울못은 가장 깊은 곳이 성인 무릎 높이 정도여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물놀이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음악과 함께 뿜어나오는 분수 사이를 누비며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은 어른들의 주무대였던 예전 남당항과는 확연히 다르다. 현재 음악분수 쇼는 주말마다 운영되고 있는데, 어린이를 동반한 젊은 부모들이 많이 찾는다. 으레 여름철이면 비수기로 접어들어 한산하던 남당항 분위기도 달라졌다. 차박 혹은 캠핑 등을 통해 남당항의 다양한 즐길거리를 누리는 피서객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 해안 지역에서는 처음인 초대형 네트 어드벤처(Net Adventure)도 곧 공개될 예정이다. 네트 어드벤처는 원래 산림 레포츠로 알려진 그물망 체험 시설인데, 홍성군이 총사업비 11억 원을 들여 남당항의 대표적 놀이기구로 준비했다. 그물망 위에서 방방 뛰어놀며 천수만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까지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고안했다고 한다.
●물멍과 놀멍, 그리고 달멍
전망대 아래로는 모래사장을 갖춘 해변이 펼쳐진다. 원래 홍성은 모래사장이 발달되지 않아 변변한 해수욕장이 없었다. 그러다 4년 전 폭 30∼40m, 길이 980m 규모의 모래를 쏟아부어 인공 백사장을 만들었다. 유실될 수도 있다는 걱정과는 달리 모래사장은 자연미까지 갖추어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물멍과 달멍을 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노을전망대에서 북쪽으로 4km 떨어진 속동전망대도 낙조 명소다. 이곳에는 배 모양의 포토존이 설치돼 있는데, 영화 ‘타이타닉’의 명장면을 연출해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 속동전망대 인근에는 높이 65m의 홍성스카이타워(2024년 1월 오픈 예정)도 선보인다.
섬 주위에 ‘시누대’라고 하는 가는 대나무가 많이 자생하고 있어 죽도(竹島)라 불린다. 홍성군의 유일한 유인도이지만, 섬이 워낙 작다 보니 자동차나 오토바이가 다니지 않는다. 전력도 태양광과 풍력으로만 생산되니 그야말로 오염원이 없는 청정무구한 섬이다.
30여 가구, 60여 명이 살고 있는 죽도는 올망졸망한 10여 개의 섬이 모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죽도는 썰물 때 4개 섬이 이어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해돋이와 해넘이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홍성 12경 중 하나로 꼽힌다.
죽도는 2시간 정도 섬을 둘러보는 둘레길 코스가 잘 조성돼 있다. 홍성 출신 3명의 역사 인물(만해 한용운, 최영 장군, 백야 김좌진) 조형물을 설치한 3곳의 전망 쉼터가 둘레길을 통해 하나로 연결돼 있다. 둘레길은 목재 덱과 야자 매트가 깔려 있어 편하게 산책할 수 있다. 제1 전망 쉼터 길은 솔숲과 대나무 숲 사이를 걸으며 천연의 향기를 즐길 수 있다. 제2 전망 쉼터 길에는 홍성의 역사와 유적지 등을 소개하는 갤러리 공간이 있다. 남당항, 대장간, 홍주아문, 홍화문 등의 설명도 곁들여져 있어서 홍성 역사 여행의 미리보기 체험이 가능하다. 제3 전망 쉼터 쪽에는 죽도 야영장 및 낚시공원, 매점 등이 있다.
●근대 민족주의 발상지에서
홍성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충(忠)과 의(義)를 상징하는 인물을 다수 배출한 ‘절의(節義)의 고장’으로도 유명하다. 고려의 명장 최영(1316∼1388), 사육신 중 한 명인 성삼문(1418∼1456), 독립 운동가이자 시인인 한용운(1879∼1944), 청산리전투를 승리로 이끈 김좌진(1889∼1930) 등이 대표적 인물들이다.
흥미롭게도 최영과 성삼문은 100년이라는 시차를 두고 같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최영 장군의 출생지로는 여러 설이 제기되고 있으나 1316년 홍북읍 노은리에서 태어났다는 게 정설이다. 최영은 이성계의 쿠데타에 반대하며 고려를 지키려 한 충신이다. 인근 닭제산에는 최영의 위패와 영정이 봉안된 사당(기봉사)이 있다.
한편 김좌진과 한용운 생가 근처에는 우리겨레박물관(갈산면 취생리)이 있다. 폐교된 초등학교 부지에 세워진 이 박물관은 일반 시민들이 나서서 개관한 역사박물관이다. 박물관 개관에 앞장서 온 복기대 인하대 융합고고학 교수는 이곳에 박물관을 건립한 이유로 “항일운동에 앞장서 온 홍주의병, 김좌진과 한용운 등의 독립운동가들을 배출한 한국 근대민족주의의 발상지”인 점을 꼽았다. 박물관은 고조선 시기부터 근대 한국에 이르기까지 시기별로 9개 공간이 꾸며져 있다. 박물관에서 가장 특이하면서 관심을 끄는 곳은 ‘반역자의 공간’이다. 나라를 팔아먹은 것과 다름없는 행위를 한 고려시대 최탄과 홍복원, 조선시대 이완용과 배정자의 행적을 상세하게 기록해 놓았다. 홍성의 자부심을 표현하는 박물관답다.
글·사진=안영배 기자·철학박사 ojong@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대통령실 “양평고속道, 백지화할 수는 없을 것”
- 노선 의혹 일자 고속道 사업 중지… 손바닥 뒤집듯 해도 되나[사설]
- “제4 이동통신 추진”… ‘20년 과점 철옹성’ 깰 수 있을까[사설]
- 檢 특활비 29달간 292억… 수사기밀 빼곤 내역 소상히 밝히라[사설]
- 정부 “日 오염수 방류시 우리 해역 삼중수소 농도 10만분의 1 수준 높아져”
- [횡설수설/이진영]잠 적게 자는 나라들의 특징
- [오늘과 내일/정연욱]‘닥치고 남 탓’만 할 건가
- [광화문에서/송충현]주장하는 것과 증명하는 것… ‘정답’을 만드는 두 가지 방법
- [동아광장/최인아]자발적으로 뭔가를 한다는 것
- 무선 이어폰·절반 귀가 ‘민주당 철야농성’…與 “보여주기식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