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

박돈규 주말뉴스부장 2023. 7. 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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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아무튼, 레터]

요즘 프로야구는 살벌하게 재미있다. 어딜 가나 ‘고인 물’이 문제인데 이 바닥은 정반대다. 자고 나면 순위가 바뀐다. 3위부터 9위까지 중위권은 고만고만한 승률을 올리는 팀들이 득시글하다. 날마다 희비가 갈린다.

10 구단 중 롯데, 한화, LG는 야구로만 유명한 게 아니다. 국내 대기업 중 클래식을 후원하는 투톱은 롯데와 한화. 서울 잠실역 앞에는 2016년에 문 연 롯데콘서트홀이 있다. 한화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교향악축제와 11시 콘서트 등을 오랫동안 후원해 왔다. LG 하면 관객이 신뢰하는 공연장, 서울 마곡 LG아트센터가 떠오른다.

최근 10여년 성적표만 보면 LG는 가을야구 단골 손님이다. 롯데와 한화는 거의 해마다 죽도 밥도 안 되고 바닥을 기었다. “야구만 잘하면 좋을 텐데”라는 불만이 들끓는다. 롯데와 한화는 올들어 공통점이 또 하나 생겼다. 분노와 걱정을 삭이고 삭였더니 마침내 변화의 폭풍이 불어온 것이다. 롯데 야구는 봄부터 승승장구했다. 초여름이 되자 한화 야구가 힘을 내고 있다.

롯데는 마지막 우승이 1992년, 한화는 1999년이었다. 팬들은 드라마 제목처럼 ‘응답하라 1992′ ‘응답하라 1999′를 합창하는 중이다. 1994년에 마지막 우승을 맛본 LG 팬들은 올해야말로 대권을 잡겠다며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다들 기세가 좋다. 누가 웃을지는 이 여름을 지나 선선한 바람이 불 때쯤 알게 될 것이다.

야구와 공연은 공통점이 또 있다. 영원한 히어로를 마음에 두고 그(연주자 또는 선수)를 기다린다는 것. 피아니스트라면 조성진, 임윤찬 등이 반짝하기도 하지만, 한두 번 못했다고 그를 버리진 않는다. 롯데콘서트홀에서 일하는 롯데 팬은 “사물함에 유니폼 넣어두고 근무 마치면 누구보다 빨리 잠실야구장으로 달려가 직관할 준비가 돼 있다”며 “올해는 ‘봄데’, ‘꼴데’ 아니고 ‘탑데’”라고 했다.

내가 어느 팀을 응원하는지는 함구하겠다. 빵 부스러기 같은 힌트를 남기자면 최근에 8연승을 했다. 우중충한 하루를 보내도 저녁 8시만 되면 궁금해지는 것이다. 가만, 오늘은 어떻게 됐을까. 마음은 밤마다 치고 달리고 막고 던진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져도 행복하고, 이기면 더 행복하다. 병이다.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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