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문제집 불법 공유 ‘핑프방’ 고소
대형 입시학원이 자사가 만든 문제집을 불법 공유한 혐의로 인터넷 대화방 관계자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성남 분당경찰서는 대형학원 A사가 지난달 16일 텔레그램 ‘핑프방’ 관계자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해 수사 중이라고 7일 밝혔다. A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사교육 카르텔’ 발언 이후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는 사교육 업체 중 한 곳이다.
핑프방은 문제집을 PDF 파일로 불법 공유하는 텔레그램 대화방(피뎁방)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곳 중 하나다. 위법 논란이 끊이지 않음에도 “소득·지역별 교육 격차 해소”라는 이유를 내세워 문제집을 무단으로 공유해왔다. 수험생들의 반응도 뜨거워 지난 3일 기준으로 13만8000여 명이 핑프방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교육청이 2월 해킹을 당한 뒤, 전국연합학력평가 성적 자료가 유출된 곳도 이곳 핑프방이다. 당시 경기남부경찰청은 핑프방 운영자 2명을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수사하겠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영리 목적이 없는 저작권법 위반 사항은 친고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고소 또는 고발 조치가 없어 수사에 착수하지 못했다.
이번에 A사가 고소에 나선 건 자사 소속 유명 강사의 대표 시리즈 문제집뿐만 아니라 수십만원에 달하는 ‘킬러 문항’ 대비 문제집도 포함됐기 때문으로 파악됐다. A사는 지난달 16일 경기남부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했고, 경기남부경찰청은 같은 날 피의자 주소지 관할인 분당경찰서로 사건을 넘겼다. 분당경찰서 관계자는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 중인 사항으로,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핑프방은 지난 4일 돌연 문을 닫았다.
핑프방 외에도 불법 피뎁방이 5곳에 달해, 경찰 수사가 성과를 내더라도 수능 문제집 무단 배포를 둘러싼 분쟁이 이어질 거라 보는 시각도 있다. 신소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팀장은 “세무조사 받는 대형학원이 핑프방을 고소한 건 과열된 사교육 경쟁이 만들어낸 진풍경”이라며 “킬러 문항 등 수능 문제가 고등학교 교육 과정을 벗어나지 않아야 피뎁방이 근절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6일까지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를 운영한 결과 325건이 접수됐다고 7일 밝혔다. 이 중 4건은 사법당국에 수사를 의뢰했는데, 지난 3일 2건에 이어 2건이 추가됐다. 교육부는 “대형 입시학원 강사가 수능 관련 출제 경험을 가진 현직 교사들로부터 문항을 구매하고 교재를 제작한 사례가 신고됐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요청한 조사는 24건으로 지난 3일 10건에서 14건이 추가됐다. 학생들에게 교습비와 교재, 심지어 노트까지 묶어서 구매하도록 한 경우도 있다. 향후 경찰 수사 의뢰 대상이나 공정위 조사 요청 사안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아직 집중 신고 기간 중 접수된 63건의 제보는 검토 단계인 데다, 교육부가 신고센터를 지속해서 운영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찬규·최민지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SUN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