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 별천지? 공실률 2.4% 서울엔 빈 사무실 거의 없어 [상업용부동산발 금융위기 경고음]
SPECIAL REPORT
수급 균형 공실률인 5% 크게 밑돌아
빅데이터·인공지공(AI) 기반 부동산전문기업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5월 서울의 오피스 공실률은 2.43%다. 이는 지난해 5월 2.8%보다 0.37%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부동산 투자회사 마스턴투자운용도 올해 1분기 서울 오피스 공실률이 2.6%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약 1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권역별 공실률은 여의도권(YBD) 1.7%, 강남권(GBD) 1.8%, 도심권역(CBD) 3% 순이다. 이는 자연공실률 5%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자연공실률은 공급과 수요가 균형인 상태에서의 최저 공실률을 말하는데, 업계는 평균 5%를 적정치로 간주한다.
오피스 100개 중 5개는 공실이어야 임차 수요가 이동하고 채워지는 균형이 이뤄지는데, 현재는 서울 주요 오피스 권역에 100개 중 1~3개 정도 밖에 공실이 없어 빈 사무실을 찾기 어렵다는 얘기다. 박경배 마스턴투자운용 전무는 “서울 오피스 권역은 사실상 완전 임대 상황으로 간주할 수 있다”며 “지난해부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금융위기 얘기가 흘러나왔지만, 실제 빌딩의 공실이나 임대료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임대료 또한 오름세다. 부동산 데이터 기업 알스퀘어는 올해 1분기 서울 오피스의 평균 명목임대료는 전년 동기 대비 9% 상승했다고 밝혔다. 특히 중형·중대형(연면적 9917~3만3058㎡ 이하) 오피스에서는 10%가 넘는 임대료 상승이 나타났다. 알스퀘어 측은 “최근 몇 년간 임대시장 호황으로 기존에 임대료 상승폭이 크지 않았던 중형 오피스도 임대료 상승을 단행한 결과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글로벌 부동산컨설팅 회사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도 국내 도심 지역 기준 올해 1분기 오피스 빌딩의 임대료가 지난해 동기 대비 9.4%나 크게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0년 조사 이래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한국부동산원의 공실률 조사는 전국의 크고 작은 오피스를 표본 조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중·대형 오피스를 중심으로 조사하는 부동산 투자회사의 수치보다 높게 집계되는 특징이 있다. 최윤주 한국부동산원 상업자산통계부장은 “1분기 서울의 오피스 공실률 6.5%는 자연 공실률에 가까운 양호한 수준”이라고 했다. 전국적으로도 오피스 공실률은 감소 추세다. 올해 1분기 전국 오피스 공실률은 9.5%로, 전년 동기(10.4%) 대비 크게 줄었다. 지역별로는 충북, 충남, 전남 등이 전국 평균 9.5%보다 높은 공실률을 나타냈고 서울, 경기는 7% 미만으로 집계됐다. 최 부장은 “서울에 비해 지방의 공실률이 높지만, 해외처럼 빈 사무실이 급격히 늘어나거나 임대료가 떨어지는 양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기관·외국계 투자자 매수 문의 늘어
국내 오피스 시장이 이처럼 빠르게 안정을 찾은 배경에는 ‘공급 절벽’이 있다. 정수민 부동산플래닛 대표는 “서울 오피스 공급은 2021년 말까지 증가하다 지난해부터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반면에 오피스 수요는 증가 추세다. 미국과 달리 재택근무가 정상 근무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오피스 수요가 유지되고 있고, 제2·제3의 거점 오피스 확산 등으로 임대차 계약 연장과 면적 확대 수요는 더 늘고 있다. 정 대표는 “최근 공간의 효율성과 오피스 환경을 중시하는 트렌드 확산으로 좀 더 크고 좋은 오피스로 이동하는 오피스 필터링 효과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수요가 증가한다고 당장 공급을 늘릴 수 없는 데다 투자 수요까지 꿈틀대고 있어서다. KB금융연구소에 따르면 2025년까지 서울 지역에 공급될 신규 오피스 물량은 연평균 72만㎡ 수준이다. 이는 지난 5년간 연평균 105만㎡에 비해 약 70% 규모다. 한 부동산개발 관계자는 “일부 도심권을 제외하면 여의도나 강남 등은 오피스를 지을 만한 부지가 거의 없어 향후 공급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투자심리도 서서히 되살아나는 조짐이다. 싱가포르계 투자기관인 케펠자산운용은 지난달 한국은행으로부터 1409억원에 한은 소공별관을 매수했다.
지난 5월에는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약 4790억원에 나온 남산그린빌딩을 사들였다. 박경배 전무는 “대형 오피스는 사고 싶어도 매물이 많지 않다 보니 고금리에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위축된 요즘 같은 시기를 오히려 매수 기회로 삼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국내 상업용부동산 시장 전체 투자금액 중 외국계 투자자들의 비중은 12%에 달했다. 용산·강남 등 핵심지 꼬마빌딩의 인기도 올라가고 있다. 빌딩중개회사인 빌딩로드의 노건우 이사는 “코로나19 이후 강북 등 일부 지역에선 매매 가격 조정이 이뤄졌지만, 용산·강남 등 핵심지는 임대료 상승과 더불어 개발 기대를 품고 매수 문의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용산 개발과 광역도시철도(GTX) 등 개발 호재가 있는 소위 ‘안전지대’를 중심으로 투자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배현정 기자 bae.hyu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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