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료 ㎾h당 400원 육박, 살 이유 없어” 전기차 확산세 주춤

신수민 2023. 7. 8.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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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경제성 논란 점화
“㎾h당 400원이 넘으면 살 이유가 없다.” 전기차 충전요금이 또 다시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최근 자동차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불과 몇 년 전 대비 충전요금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 “이렇게 급속도로 충전요금이 오르는데 조만간 내연기관차 (연료비)와 비슷해지겠다” 등의 반응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실제 한 민간 전기차 충전업체가 이달 중순부터 충전요금을 ㎾h당 50원 인상하겠다고 하자 전기차 차주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전기차 확산의 일등공신이었던 ‘경제성’이 흔들리면서 정부의 전기차 보급 계획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정부는 5월 기준 47만대 수준인 전기차를 2030년까지 420만대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전기차는 정부 보조금을 감안하더라도 비슷한 크기의 내연기관차보다 2000만~3000만원 비싸지만 그동안 내연기관차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한 연료비(충전요금) 덕에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충전요금이 계속 오르면서 확산세가 주춤하고 있다. 자동차 정보 플랫폼 카이즈유의 국내 승용차 신차등록 현황을 보면 올해 상반기 전기차 비중은 6.6%로 지난해 동기 대비 0.4%포인트 감소했다.

전기차
반면 이 기간 하이브리차는 4.3%포인트 증가해 19.3%에 이른다. 전기차 수요가 상당부분 하이브리드차로 옮겨갔다는 얘기다. 이 같은 움직임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정부가 5월 전기요금을 ㎾h당 8원 인상하면서 전기차 충전요금 인상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전기차 충전요금 인상을 위한 테스크포스(TF) 구성 논의에 착수했다. 전기차 소유자인 심지혜(42)씨는 “윤석열 대통령은 전기차 충전요금 동결을 약속했지만 이미 지난해 하반기 한차례 인상했다”며 “충전요금이 더 오른다면 소비자들은 전기차를 외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전요금은 지난해 7월 ‘할인 특례’가 종료되면서 환경부의 100㎾ 급속충전기 기준 ㎾h당 309.1원에서 347.2원으로 12%가량 올랐다.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급속충전기는 현재 400원에 육박한다. 이 때문에 상업용 전기차의 경우 경제성이 상당부분 희석됐다는 게 차주들의 설명이다. 1t 전기화물차를 운행한 지 2년 차인 김찬기(44)씨는 하루 평균 400㎞를 운행하는 데 3만~4만원을 충전요금으로 쓴다. 한 달이면 50만~60만원 정도인데 내연기관차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씨는 “내연기관 화물차도 하루 500㎞ 타면 연료비가 5만원 정도”라며 “더구나 하루 3시간 정도(3번 충전)씩 충전기를 물리고 있어야 해 콜(운임 요청)을 잡는 건수도 줄었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이미 동료 몇몇은 내연기관 화물차로 갈아탔다”고 덧붙였다.

택시업계의 상황도 비슷하다. 2000만원 안팎인 소나타·K5 등 내연기관 택시보다 가격이 두 배 이상 비싼 데 연료비는 액화천연가스(LPG)와 차이가 없다. ‘시간이 돈’인 이들에게 충전시간 등을 고려하면 되레 비싸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맞춰 전기차 택시를 늘렸지만 충전요금이 오르면서 애물단지가 돼 가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고 전기차를 찾는 발길도 줄고 있다. 중고차업체인 케이카는 지난달 27일 출시 12년 이내 중고차 740여 개 차종의 평균 시세를 분석한 결과 6월 전기차 평균 중고가격은 1년 전(4616만원)보다 21% 하락한 3646만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가솔린차는 2728만원에서 2650만원으로 2.9%, 하이브리드차는 3192만원에서 3109만원으로 2.6% 내리는 데 그쳤다.

해외에서도 전기차의 경제성 논란이 확산하면서 보급에 애를 먹고 있다. 정부의 구매보조금은 줄고 있는데 전쟁과 같은 외부 변수에 의해 전기요금 변동 폭이 커지면서다. 지난해 9월 독일에서는 폭염으로 인한 전력난 속에 전기차 충전요금이 내연기관차 연료비를 추월하기도 했다. 당시 전기차 테슬라 모델3으로 약 161㎞를 주행하려면 18.46유로(약 2만6900원)의 비용이 들었는데, 동급인 휘발유 차량 혼다 시빅으로 같은 거리를 달리면 18.31유로(약 2만6600원)로 더 저렴했다. 폭염으로 인해 올해에도 전력난이 이어진다면 또 다시 전기차 연료비가 내연기관차보다 비싸질 수 있다는 얘기다. 김도원 부산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충전소를 못 찾는 것에 대한 불안감과 충전하는 시간까지도 총소유비용(TCO)에 포함해서 봐야 한다”며 “당장 충전을 어디서 할지 등 아직은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정부가 전기차 보급 계획을 맞추려면 보조금 정상화 과정 등을 소비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충전소 같은 인프라 구축을 병행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29일 “2030년까지 전기차 보급 목표를 420만대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배충식 카이스트 기계학과 교수는 “전기차는 그동안 보조금과 세금 할인과 같은 각종 인센티브로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이 숫자는 결국 허상일 수 있다”며 “보조금이나 충전요금 할인 등을 제외하고 전기차의 장단점을 소비자에게 잘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전환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국토교통부,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전 부서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그러기 위해 부서 개편을 통한 컨트롤 타워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신수민 기자 shin.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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