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칼럼] 미중 패권 갈등 ‘게임체인저’ 된 AI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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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국 첨단산업 경쟁력 격차 벌어져
과도한 중국 쏠림 리스크 관리 필요
자유민주국 공조강화는 베팅 아냐
선진국 되려면 ‘괴담 정쟁’ 안 해야
」
미국 증시 활황은 미·중 간 첨단산업 경쟁력 격차를 더욱 키워 글로벌 패권 구도 변화의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세계 주식시장 규모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의 금융시장 독주 체제는 공고해졌고, 4월 이후 역주행한 중국 주식시장 상반기 실적은 세계 주요국 중 바닥 수준이다. 중국 증시 약세는 성장 정점 우려, 지정학적 갈등 고조, 해외 자금 이탈, 부동산 시장 부진 등에 기인한다. 경기 반등을 위한 금리 인하 등 금융완화 정책은 국가부채 증가와 위안화 약세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면서 중국의 정책적 딜레마는 깊어지고 있고 위안화 국제화에도 제동이 걸렸다.
거시경제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역대급 고온에 시달리는 베이징 날씨와는 대조적으로 중국 경제는 냉각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진다. 1분기 반짝 회복세로 기대를 키웠던 리오프닝(재개방) 효과의 조기 증발로 2분기 들어 다시 꺾이는 더블딥 우려가 나오면서 중장기적 성장 둔화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국내 소비와 대외 수출의 쌍끌이 감소에다 고용시장 냉각으로 20.8%에 달하는 역대 최악의 청년(16~24세)실업률 등 경기 부진은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 성장세 약화는 대외 악재보다 공산당의 기업 규제와 통제 강화로 빚어진 민간투자 감퇴가 주된 원인이라는 니콜라스 라디 전 예일대 교수 지적이 눈길을 끈다.
미·중 기술 전쟁도 격화 조짐이다. 바이든 정부는 출범 이후 수출규제 대상 중국 기업을 기존 400개에서 현재 700개로 확대했고 추가적 AI 반도체 제한으로 핵심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과의 격차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반발한 중국이 고성능 반도체와 전기차 주요 광물 소재의 수출을 제한하자 미국은 중국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접근을 차단하겠다고 맞불을 놓으면서 양국 간 기술 전쟁이 확대될 개연성은 커지고 있다. 지난달 톈진에서 개최된 하계 다보스포럼에서 리창 중국 총리는 서방국의 대(對)중국 ‘디리스킹’ 전략 수정을 요구하며 수출 장벽을 낮춰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먹히지 않는 상황이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 한국의 미국을 위시한 자유민주주의 국가 간 공조 강화는 얼마 전 주한 중국대사의 도박판에서나 쓸법한 표현인 ‘베팅’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정 철학과 미래 전략에 입각한 지극히 합리적 선택이라는 사실을 중국은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퓨(Pew)리서치의 최근 설문조사 결과가 보여 주듯 세계 주요국 인구 70% 이상, 한국 청년의 80%가 중국에 비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현실부터 직시하고 남 탓하기 전에 중국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먼저다.
198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제임스 토빈은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투자 위험을 줄이고 안정적 수익을 높이기 위한 토빈의 포트폴리오 분산투자 이론은 자산 운용에만 적용되는 지침이 아니라 국가와 기업 경영전략에도 적용되는 경구다. 대외무역과 산업투자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의 과도한 중국 쏠림을 줄이는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나아가 자유민주동맹국과의 다각적 협력 강화를 통해 선진국 진입을 서두르라는 메시지로 들린다.
지경학적 불확실성이 엄중한 오늘날 한국이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엄정한 법질서 확립과 정치 문화 업그레이드가 필수다. 지난 정부 이후 최저임금 증가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르고 국내 노동생산성 증가율의 4배에 달하는 판에 민노총의 상습적 정치 파업과 파행적 불법 시위는 노동 개혁의 시급성을 일깨운다. 반미·친중·반일 선동으로 소고기 파동과 사드 전자파 소동에 이어 후쿠시마 오염수 이슈를 과학이 아닌 괴담으로 정쟁화하는 후진적 정치 풍토를 벗어나야 한다. 최첨단 과학기술 경쟁력에 국가 미래가 달린 새 시대에 ‘괴담 팔이’로 국익을 훼손하고 국격을 실추하는 정치권 행태를 버려야 나라가 산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전 금융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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