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한의 시사일본어] 다사사회, 죽어도 떠나기 어려운 세상
지난해 일본 국내에서 사망한 일본인은 전년보다 9% 늘어난 157만 명을 기록했다. 이는 1989년과 비교해 2배, 20년 전보다 50% 증가한 규모로 일본 정부가 공식 사망자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47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사망 원인은 ‘암’이 전체의 24%인 38만5787명으로 1위고, 그 다음으로 심질환, 노쇠, 코로나19 순이다. 사망자는 2040년께 약 167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사망자 급증으로 예상치 못한 각종 악재가 터져나오고, 기존 관습이나 시장이 바뀌고 있다. 혐오 시설로 꼽히는 ‘화장장’은 심각한 사회 이슈로 떠올랐다. 요코하마시에서는 유가족들이 시영 화장장을 이용하려면 평균 5~6일을 기다려야 한다. 일부 시설은 12일을 대기해야 할 정도로 초만원이다. 요코하마시는 3년 뒤 완공을 목표로 새 화장장을 부랴부랴 건설 중이다. 다른 수도권 지자체들도 화장장을 늘리기 위해 주민 설득에 나서는 등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통 장례 방식에도 변화 바람이 분다. 가족이 적거나 경제적 여유가 없는 유족들 사이에서 직장(直葬·조쿠소)이 확산하는 추세다. 장례식을 하지 않고 고인의 시신을 곧바로 화장한 뒤 이별하는 형태다. 장례 절차가 간소해 전통 장례 방식보다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 냉장 설비업체처럼 특수를 누리는 업종도 나타났다. 화장 대기 기간이 길어지자 대도시권 장례업체나 화장장들이 시신 안치용 냉장고 주문을 대폭 늘린 덕분이다. 가와사키시의 냉장설비업체들의 수주 건수는 4년 전보다 5배나 급증했다고 한다.
일본인은 죽으면 99.8%가 화장을 한다. 그런데 이런저런 이유로 장례식을 치르기가 어려운 가구가 급증하고 있다. 국가가 장례까지 책임져야 하는 시대가 코앞에 닥쳐왔다. 어둡고 우울한 소식이 쏟아지는 인류의 미래는 디스토피아(dystopia)인가.
최인한 시사일본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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