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에 파리 들끓어” 얼굴 찌를 만큼 자란 뿔, 방치한 양 주인

박선민 기자 2023. 7. 8.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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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이 양의 얼굴을 찌르고 있는 모습. /SPCA

뉴질랜드의 한 농가 주인이 양의 뿔이 얼굴을 파고들 정도까지 자라는데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고 방치해 동물 학대 등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6일(현지 시각) 뉴질랜드 동물학대방지협회(SPCA)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뉴질랜드 헌틀리지방법원에 한 농가 주인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농가 주인은 키우는 숫양의 뿔이 자라 눈을 뚫을 때까지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방치한 혐의를 받는다.

SPCA는 지난해 2월 신고를 받고 이 농가에 대한 조사를 이어갔다. 조사 당시 양의 상태는 심각했다고 한다. 뿔이 안으로 말려 자라면서 눈을 파고들었고, 이에 따라 오른쪽 눈은 아예 시력을 잃었다고 SPCA는 전했다. 시력이 손상되면서 방향감각을 잃어 계속 머리를 흔들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SPCA는 “상처 주변에는 파리들이 들끓고 있었다”며 “오른쪽 눈은 아예 뿔이 눈을 뚫고 나왔다”고 했다.

실제로 공개된 사진을 보면, 얼굴 바깥으로 정상적으로 말려 자라야 할 뿔이 얼굴 쪽을 향하고 있다. 뿔이 아예 눈을 찌르고 있는 모습이다.

재판 당시 주인은 “양의 주인이긴 하지만, 다른 곳에 가서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뿔이 안쪽으로 파고들고 있다는 사실은 몰랐다”며 “숫양이 건강하다고만 생각해 치료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주인의 아내가 “2021년부터 양이 뿔 때문에 상처가 났다는 걸 알고 있었다. 뿔을 잘라주거나 정 안되면 안락사시키기 위해 수의사들에게 문의한 적도 있다”고 진술하면서 결국 유죄 판결로 이어졌다.

법원은 농가 주인에게 100시간 사회봉사명령과 함께 5년간의 가축 소유 자격 박탈, 443뉴질랜드달러(약 36만원)의 벌금 등을 선고했다.

SPCA는 수의사를 농가로 불러 고통을 끝낼 수 있도록 양을 안락사시켰다. SPCA 로빈 키들 임시회장은 “숫양이 엄청난 고통을 겪었을 것”이라며 “소유자가 더 빨리 조처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라고 했다. 이어 “빨리 치료돼도 모자랐을 판에 이 양은 방치됐고, 결국 겪지 말았어야 할 고통과 괴로움에 시달렸다”며 “감히 이 양이 겪었던 고통을 상상할 수 없다. 유죄 판결이 나서 매우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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