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 쏘는 청량감 최고죠” 한여름밤 하이볼 열풍
칵테일 즐기는 MZ세대
그런데 하이볼의 원조는 과연 어딜까? 일본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자카야 등에서 인기 있는 ‘산토리 가쿠빈 위스키 하이볼’ 때문이다. 바텐더 이성하씨는 “2008년에 일본 산토리사가 자사 제품인 산토리 위스키를 홍보하기 위해 만들어 낸 마케팅 전략이 성공한 케이스”이라며 “하이볼의 대중화에 영향을 끼친 건 맞지만 뚱뚱한 머그잔 혹은 생맥주 잔에 먹는 일본 스타일은 원조가 아니다”고 했다.
위스키에 탄산수·얼음 넣어 먹는 술
이 바텐더에 따르면 “하이볼은 증류주에 탄산수를 섞은 정통 칵테일”이다. “1767년 인공 탄산수가 처음 개발되면서 당시 사람들이 가장 흔하게 마시던 브랜디(와인을 증류한 술)에 신기한 음료인 탄산수를 섞어 마신 게 하이볼의 시작이죠. 당시에는 얼음도 없이 브랜디와 탄산수만 섞어 마셨어요. 1860년대 이후 유럽을 휩쓴 포도나무 전염병 필록세라 때문에 와인 생산량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기본 원액을 위스키로 대체하게 됐죠.”
원조 하이볼은 톨 글라스 또는 하이볼 글라스라고 부르는 280~300㎖ 용량의 날씬하고 긴 컵에 천천히 녹는 단단한 얼음 조각을 담고, 그 위에 브랜디·위스키 등의 증류주를 적당량 부은 다음, 탄산수와 함께 개인의 취향에 따라 진저에일·토닉워터 또는 유자청·매실청·레몬슬라이스 등 다양한 종류의 부재료를 섞어 마시는 것이 정석이다.
이 바텐더는 이렇게 마시는 하이볼의 첫 번째 매력으로 ‘청량감’을 꼽았다. “상쾌하게 톡 쏘는 느낌이 있어서 갈증이 있을 때 최고죠. 탄산수를 섞으니까 알코올 도수도 조금 낮아져서 부담도 덜하고. 또 위스키든 소주든 모든 증류주는 약간의 물을 섞으면 향이 훨씬 풍부하게 올라오기 때문에 원액의 개성을 또 다르게 즐길 수 있죠.”
실제로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2020~21년 세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던 수제맥주 시장이 주춤하고, 그 자리를 하이볼이 채우고 있는 모양새다. 다양한 술과 음료를 자신의 입맛대로 섞어 마시는 믹솔로지(Mixology·칵테일을 만드는 기술) 문화가 확산하면서다. 더 이상 새로운 제품이 개발되지 않는 수제맥주에 싫증난 MZ세대가 몰트 위스키에 매력을 느끼게 됐고, 위스키를 색다르게 즐기는 방법으로 다양한 믹솔로지를 스스로 즐기게 된 것. 이때 하이볼은 증류주와 탄산수, 두 가지만 있으면 기본 재료준비가 끝나니 손쉽게 취향대로 자신만의 믹솔로지 변주를 즐길 수 있다.
편의점, 캔에 담긴 RTD 제품 선보여
최근에는 우리 전통술 가운데 증류주를 사용하는 한국형 하이볼도 등장했다. 안동소주를 넣은 ‘안동하이볼’(CU), 프리미엄 소주 화요를 넣은 ‘하이요 버블리’(GS25)가 대표적이다.
국내 양조장 판로 확대와 홍보·컨설팅을 지속적으로 해온 ‘대동여주도’의 이지민 대표는 “이미 막걸리를 통해 우리술의 매력을 알게 된 MZ세대가 전통 증류식 소주까지 관심을 갖게 되면서 하이볼 원액으로 즐기게 된 것 같다”고 했다. “대동여주도 SNS 댓글을 보면 요즘 MZ세대는 좋아하는 술을 공부하면서 마시더라고요. 냉장고에 전통주를 가득 채우고 ‘○○술은 스트레이트 또는 언더록으로 마시면 좋다’고 후기를 올리는 식이죠. 요즘은 전통소주를 원액으로 자신만의 칵테일을 만들어 먹었다며 레시피를 올리는 경우가 늘었어요.”
이 대표는 7월 19일 카카오메이커스와 함께하는 ‘술술 전통주 기행’에서도 미음넷증류소의 ‘소주다움45’를 이용한 전통소주 하이볼을 소개할 예정이다. 매년 여름 막걸리 특집을 해오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변화다. 또 이 대표는 이 바텐더와 함께 ‘문화재·명인 조옥화 안동소주’를 이용한 하이볼 레시피도 개발했다. 이 바텐더는 ‘2021년 제14회 코리안 컵 칵테일 챔피언십 우승’ ‘2022년 화요 칵테일 챔피언십 우승’ 등 수상 경력에서 볼 수 있듯 우리술을 이용한 칵테일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하이볼이 맛있으려면 증류주 원액이 맛있어야 한다”며 “한국 전통소주들은 특유의 깔끔함이 있는 데다 2년 이상 장기숙성한 술은 깊이감도 있어 하이볼 원액으로 잘 어울린다”고 추천했다. 다만 무조건 탄산수를 섞는다고 다 맛있는 하이볼이 되는 건 아니라고 조언했다. “우리 전통소주에서 느껴지는 과일·누룩향은 호불호가 갈리고, 어떤 술은 다른 음료와 섞었을 때 개성이 떨어질 수도 있어요. 우선 내가 좋아하는 전통소주가 뭔지 확실히 알고, 조금씩 탄산수와 부재료의 비율을 달리하면서 최상의 하이볼 맛을 찾아가는 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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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볼 제조 이성하 바텐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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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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