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 ‘잘 보는 사람’ vs ‘못 보는 사람’…차이는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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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에서는 여름이면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공포영화를 줄줄이 개봉한다.
김원 인제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상계백병원)는 "각자 입맛에 따라 커피 취향이 다르듯이 공포영화를 잘 보는 사람과 못 보는 사람이 있는 것인데, 이는 편도체의 예민도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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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에서는 여름이면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공포영화를 줄줄이 개봉한다. ‘공포영화 시즌=여름’이라는 공식이 있을 정도로 더운 여름철에 오싹한 공포영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푸르스름한 영상을 뚫고 갑자기 나타나는 무서운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서늘한 느낌을 들기 때문이다. 공포영화를 잘보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공포반응은 원시시대부터 생존을 위해 뇌에 갖추어진 비상경보 시스템의 작동이라 할 수 있다.
갑자기 호랑이를 만났다고 상상하면, 우리의 뇌는 이 시스템을 작동시켜 호랑이와 싸울 것인지 아니면 도망갈 것인지를 순간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이를 ‘투쟁-도피 반응(Fight or Flight Response)’이라 부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뇌는 아주 바빠진다. 뇌의 깊은 곳, 아몬드처럼 생긴 편도체(Amygdala)는 지금의 공포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 판단하고 대뇌 피질과 함께 위험도에 따라 적절한 대처법을 찾기 시작한다. 이에 발맞춰 시상하부(Hypothalamus)는 자율신경계에 명령을 내려 몸을 전투체제로 전환하고 이렇게 자율신경계의 교감신경이 흥분하면 온몸에 변화가 시작된다.
이후 동공은 커지고 심장 박동이 빨라지면서 호흡이 가빠진다. 온몸에 털이 곤두서고 팔다리에 근육이 솟으면서 땀을 많이 흘리게 된다.
이러한 반응들은 근육에 모든 힘과 혈액을 집중시켜 맞서 싸우거나 빨리 도망가기 위한 몸의 기전으로, 땀은 이렇게 심한 운동에 따른 열을 식히기 위해 많이 분비되는 것이다.
그러나 공포영화를 볼 때는 우리 옆에 호랑이는 없다. 뇌는 위급 상황이라며 전투 명령을 내렸지만, 몸은 심한 운동을 할 필요가 없는 상태인 것. 결국 우리 몸에서는 근육운동과 열 발생 없이 땀만 많이 나고 온몸의 감각이 예민해지므로 땀이 식으며 오싹함과 시원함을 느끼게 된다.
김원 인제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상계백병원)는 “각자 입맛에 따라 커피 취향이 다르듯이 공포영화를 잘 보는 사람과 못 보는 사람이 있는 것인데, 이는 편도체의 예민도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뇌 영상 연구결과를 살폈을 때 공포영화를 잘 보는 사람은 놀람과 무서움에 대한 편도체의 반응이 크지 않다. 이들은 무딘 편도체를 자극하기 위해 더 무섭고 강렬한 것을 원한다.
반대로 공포영화를 싫어하는 사람의 편도체는 조그만 자극에도 매우 민감하다. 예민한 편도체는 평소에도 잘 놀라고 피곤한 상태이기 때문에 한도 이상의 자극을 싫어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편도체가 무딘 사람은 적절한 각성과 자극을 위해 공포영화 마니아가 되는 경우가 많고 이는 신체나 정신건강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대로, 편도체가 예민한 사람은 공포영화 포비아가 생겨 점점 더 공포영화를 싫어하게 된다. 이런 사람들에게 억지로 공포영화를 보게 한다면, 건강에 좋을 리가 없다. 싫어하는 자극에 계속 노출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의 작용이 길어져서 우리 몸과 마음은 오랫동안 스트레스를 받은 것과 비슷한 상태가 되고,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곧 여러 정신질환과 우울증‧불안증의 원인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김원 교수는 “공포영화 시청이 피서법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여름이라고 해서 억지로 공포영화를 볼 필요는 없다”며 “각자 나름대로 본인이 좋아하고 본인에게 적절한 피서법을 찾는 것이 건강에도 좋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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