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울고, 전장 웃고…삼성·LG, 주요 사업 성과에 엇갈린 2분기 '희비'
삼성전자, 매출 60조 원·영업익 6000억 원
LG전자, 매출 19조9988억 원·영업익 8927억 원
[더팩트|최문정 기자] 국내 전자업계의 쌍두마차로 꼽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해 2분기 주요 사업의 업황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핵심 신사업인 전장을 본궤도에 올린 LG전자는 올해 1분기 14년 만에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추월한 데 이어 2분기에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핵심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의 영향을 받은 삼성전자는 시장 전망치를 2배 정도 웃도는 영업이익을 내며 하반기 실적 반등을 예고한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7일 올해 2분기 잠정실적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2분기 잠정실적이 매출 60조 원, 영업이익 6000억 원으로 각각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2.28%, 영업이익은 95.74% 줄었다. 이는 당초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돈 실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앞서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2818억 원의 영업이익 확보에 그쳤으리라 전망했다.
LG전자는 연결기준 매출액 19조9988억 원, 영업이익 8927억 원을 기록했다. 역대 2분기 기준 매출액은 최대, 영업이익은 두 번째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7%, 12.7%씩 늘었다. 이는 시장 전망치를 다소 밑도는 실적이다. 에프앤가이드는 LG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을 9636억 원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실적 희비가 엇갈린 것은 양사의 주력 사업 업황에서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메모리 반도체 불황이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지며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에서 약 3~4조 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산된다. 통상 DS부문은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60~70%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 2월 공개한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3' 시리즈의 신작 출시효과가 둔화된 것도 실적 부진의 한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반면, LG전자는 지난해 내내 수익성의 발목을 잡던 물류비와 원가가 안정세로 돌아서며 안정적인 실적 개선에 나설 수 있었다. 또한 지난해 2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차세대 먹거리 전장 사업이 2분기 수익성 확보에도 힘을 보탰다.
LG전자 관계자는 "매출은 사업 구조적 측면에서 전장 사업 등 기업 간 거래(B2B) 비중을 확대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며 "영업이익 또한 사업의 질적 성장 가속화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대폭 늘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전사 워룸 태스크 등을 가동하며 강도 높은 체질 개선에 나섰다. 2분기의 경우 인적 구조 선순환(희망퇴직 등)과 관련한 비경상 비용도 포함됐다.
LG전자의 주력 사업인 생활가전은 제조 경쟁력과 폭염과 장마 전망에 제습기, 에어컨 등 고효율 제품 매출이 늘었다. 올 상반기 제습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이다. LG전자는 스탠드와 벽걸이 에어컨 외에도 창호와 이동형 등 다양한 형태의 에어컨을 출시했다. 특히 창호형 에어컨의 상반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늘었다.
B2B 공조 사업에서 경쟁력을 갖춘 제품의 성장도 이어졌다. 시스템에어컨은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이상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유럽 등 선진 시장을 중심으로 에너지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히트펌프 등 고효율·친환경 제품 수요 또한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TV 사업은 글로벌 수요 침체 지속에도 웹OS 콘텐츠와 서비스 사업이 의미 있는 성장을 거듭했다. 'LG 스탠바이미 Go' 등 라이프스타일 스크린 신제품도 새롭게 출시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전장 사업은 높은 수주잔고와 안정적 공급망 관리를 통해 고속 성장을 이어갔다. LG전자는 인포테인먼트, 전기차 구동부품, 램프 등 3대 축으로 이어지는 안정적 사업 포트폴리오를 경쟁 우위로 꼽았다. 비즈니스솔루션 사업 또한 최근 업계 최초로 애플 에어플레이를 탑재한 호텔 TV를 선보이는 등 다양한 공간으로의 고객경험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상반기 연이어 전자업계 영업이익 왕좌를 LG전자에게 내준 삼성전자는 하반기 반도체 업황 반등과 5세대 폴더블 스마트폰을 앞세워 절치부심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반도체 업계는 올해 상반기에 이미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최악을 지났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2분기 D램 가격이 전분기 대비 13~18% 하락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3분기에는 가격 하락세가 0~5%로 크게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을 앞세워 실적 반등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최근 DS부문에 이례적인 인사를 실시했다. 삼성전자는 정기태 DS부문 부사장을 파운드리사업부 최고기술책임자(CTO)에 앉히고, 구자흠 부사장을 기술개발실장으로 발탁했다. 또한 황상준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 부사장은 메모리사업부 D램 개발실장으로 선임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갤럭시S23의 흥행으로 반도체 실적 충격을 줄인 만큼, 하반기에도 플래그십 스마트폰 경쟁력을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오는 26일 서울 코엑스에서 '갤럭시 언팩' 행사를 열고, 갤럭시Z폴드5와 갤럭시Z플립5 등 신제품을 공개할 예정이다.
한편, 7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공개한 실적은 사업부별 세부 실적이 포함되지 않은 잠정 실적이다. 양사는 이달 말 기업설명회를 열고, 확정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다.
munn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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