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 원' 넘을까…가까워지는 공익위원의 시간

박은평 2023. 7. 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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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수정안 1만 2000원 vs 9700원 여전히 '팽팽'
격차 좁혀지지 않으면 공익위원 안으로 표결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과 위원들이 6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의실에서 열린 제11차 전원회의에서 깊은 생각에 빠져 있다./세종=이동률 기자

[더팩트ㅣ세종=박은평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 결정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미 법정 심의 기한을 넘긴 만큼 다음 주에는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

올해 최저임금 심의의 최대 관심사는 사상 처음으로 '1만 원'을 넘길 수 있을지 여부다. 인상률이 3.95% 이상이면 1만 원을 돌파한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와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4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10차 전원회의에 참석해 나란히 앉아있다. /세종=이동률 기자

2차 수정안 1만 2000원 vs 9700원2300원 격차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놓고 노사가 신경전을 이어가면서 6일 최저임금 2차 수정안으로 각각 1만 2000원과 9700원을 제시했다.

노동계는 지난 4일 10차 회의에서 제출한 1차 수정안(1만2130원)보다 130원 낮은 1만 2000원을 제시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9620원)보다 2380원(24.7%) 높은 것이다.

경영계는 1차 수정안(9650원)보다 50원 높은 9700원을 냈다. 올해 최저임금 대비 80원(0.8%) 높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소상공인 측인 2차 수정안이 사실상 최종안이라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1만 원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노사가 2차 수정안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하자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3차 수정안 제출을 요청했다. 3차 수정안은 11일 예정인 제12차 전원회의에서 바로 공개한다. 최저임금 심의는 노사가 최초 제시한 요구안에서 차이를 좁혀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노사는 최초안으로 각각 1만 2210원과 올해와 같은 9620원을 제시했다.

노사가 2차 수정안을 내놨지만 격차가 여전히 2300원으로 크다. 3차 수정안에서 간극을 조금 좁히더라도 노사가 사실상 평행선을 달리면 결국 공익위원들이 내놓은 안을 투표에 부쳐 결정한다.

권순원 공익위원이 6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11차 전원회의에 참석해 노동관계 주요법령집을 살펴보고 있다./세종=이동률 기자

노사 접점 못 찾으면 공익위원 안으로 표결

지난달 29일이었던 법정 심의 기한이 지나도 노사 양측의 요구안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점차 공익위원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공익위원은 노사 양측의 요구안이 더 좁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되면 격차 범위 내에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한다. 공익위원이 제시한 심의촉진구간 내에서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구간 내 공익위원 안을 제시하고 표결에 들어간다.

최근 2년간 최저임금은 노사 갈등 속에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해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중재안으로 결정됐다.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더한 뒤 취업자 증가율 뺀 인상률로, 올해 적용시 내년 인상률은 4.74%로 최저임금은 1만76원으로 추산된다.

현재 최임위는 정부가 위촉한 공익위원 9명, 노동계가 추천한 근로자위원 9명, 경영계가 추천한 사용자위원 9명 등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최저임금제가 도입된 1988년 이후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이 합의에 이르러 최저임금을 결정한 사례는 단 7건에 불과하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는 단 2건에 그쳤다. 2008년을 마지막으로 최저임금위는 매년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 차가 워낙 크다 보니 결국 공익위원들이 내놓은 안을 표결에 붙이는데, 결과에 대해 양쪽 다 불만이 크다. 또 공익위원들이 매번 캐스팅보트를 쥐게 되면서 공정성과 신뢰성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공익위원들은 대부분 학계 인사로 이뤄지지만, 정부가 추천하기 때문에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올해는 4월 19일 첫 전원회의가 열렸지만 노동계가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 사퇴를 요구하는 장내 시위를 벌여 시작도 못한 채 파행으로 얼룩지기도 했다. 양대노총은 권 교수가 노동시간 개편을 주도한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좌장인 것을 문제삼았다.

현재 근로자위원 1명이 공석인 상황에서 표결을 할 경우 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근로자위원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은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망루시위를 벌인 이유로 지난달 2일 구속됐다. 한국노총은 김만재 금속노력 위원장을 새 추천위원으로 제안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6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의실에서 제11차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세종=이동률 기자

법정 기한 내 결정 9차례 불과…결정 구조 개선 목소리도

법정 심의 기한을 지킨 것도 단 9차례에 불과하다. 정부가 심의 기한을 법적으로 강제나 제재가 없는 일종의 '훈시규정'으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적으로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심의 요청 이후 90일 이내에 심의를 마치지 않아도 제재를 받지 않는다. 올해도 최저임금 수준은 법정기한인 29일이 돼서야 본격적인 수준 논의에 들어갔다.

매년 최저임금은 고용부 장관 최저임금 고시일인 8월 5일을 얼마 앞두고 결론이 났다. 최저임금 결정 이후 노사 양측의 이의제기와 행정절차에 최소 2주가 필요해 7월 중순까지 심의를 이어가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지고 있다.

올해도 법정 심의기간에 최초 요구안이 나오는 등 시간에 쫓겨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기 힘들어 보인다. 이에 일부에서는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계속 파행으로 치닫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상황을 지속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저임금 결정 기준의 객관성과 전문성을 확보를 위해 노동계와 경영계 각각의 의견을 받아서 전문가들이 결정하는 형식으로 가야 한다"며 "결정도 책임도 정부가 져야 한다"고 말했다.

pep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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