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선 의혹 일자 고속道 사업 중지… 손바닥 뒤집듯 해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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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어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계획 백지화는 대통령과 상의 없이 독자적으로 결정했다"며 "임기 끝까지 의혹에 시달리는 것보다 지금 제가 책임을 지고 손절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 전 더불어민주당이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제기한다는 이유로 이 사업의 백지화를 선언했다.
야당의 의혹 제기에도 무리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도 원 장관이 사업 자체를 백지화한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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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양평 고속도로는 15년 전부터 양평 주민의 숙원 사업이다. 국책사업으로 채택된 것은 6년 전이다. 과거 정부에서부터 추진되고 채택된 1조7000억 원짜리 사업을 현 정부의 장관이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 버렸다. 국정의 연속성도, 이해관계가 걸린 주민도, 지켜보는 국민도 관심 밖이었다. 오로지 자신과 대통령만이 관심사였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에 김 여사 관련 의혹이 제기된 것은 올 5월 대안 노선이 나오면서부터다. 2017년 첫 계획 단계부터 2021년 예비타당성조사까지 줄곧 경기 양평군 양서면이 종점이었으나 강상면으로 바뀌었다. 그렇다면 왜 바뀐 것인지 설득력 있는 해명을 해야 한다. 강상면 종점에서 멀지 않은 곳에 김 여사 일가의 땅이 있지만 없다고 하더라도 그래야 한다. 정부는 대안 노선의 종점부는 나들목(IC)이 아니라 갈림목(JC)이기 때문에 지가 상승에 별 영향이 없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갈림목 인근에 중부내륙고속도로 남양평 나들목이 위치하고 있어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민의힘은 어제 “민주당도 양평군 지역위원장이 2년 전 강하 나들목 설치를 요청했다”며 “민주당이 김 여사 일가에게 특혜를 주려 한 셈이었나”라고 지적했다. 야당의 의혹 제기에도 무리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도 원 장관이 사업 자체를 백지화한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노선을 기존대로 되돌리면 야당이 제기한 의혹을 인정하는 것처럼 여겨질까 봐 사업 자체를 백지화했다고 볼 수 있다. 장관이 책임감을 갖고 국정을 수행하는 대신 정쟁에 뛰어들어 국정을 볼모로 치고받은 꼴이다.
원 장관이 당정 협의 끝에 백지화 발언을 한 지 하루 만에 국민의힘 지도부는 “일시적 중단” “재추진 건의” 방침을 내놨다. 대통령실에서는 “사업을 아예 안 한다거나 백지화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이 상황에서 사업을 할 수 없는 만큼 사업 중지를 하는 게 맞다”는 등의 반응이 나온다.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건 백지화라는 신중하지 못한 결정을 내린 장관에게 엄중한 책임부터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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