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의 매일밤 12시]마운트와 풀리시치 그리고 또 한 명, 세 꼬마의 엇갈린 운명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여기 한 장의 사진이 있다.
귀여운 꼬마 트리오 사진이다. 이 사진은 2010년 미국에서 찍은 사진이다. 사진에 등장한 3명은 모두 11살의 꼬마. 누구일까. 자세히 보면 2명은 누군지 알 수 있다. 유명한 축구 선수다. 바로 첼시에서 함께 활약한 24세 '친구' 메이슨 마운트와 크리스티안 풀리시치다. 귀엽다.
최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마운트는 첼시의 성골로 유명하다. 그는 2005년부터 2017년까지 첼시 유스에서 활약한 뒤 첼시 1군에 합류했다. 자신의 모든 것이 담긴 첼시를 뒤로한 채 맨유로 갔다.
풀리시치는 미국에서 태어나 독일의 도르트문트 유스를 거쳤다. 도르트문트 1군에 데뷔한 후 2019년 첼시로 이적했다. 풀리시치 역시 여름 이적시장에서 이적이 유력한 상황이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마운트와 풀리시치는 같은 유스 출신이 아니다. 그렇다면 첼시 유니폼을 함께 입고 있는 이 사진은 뭐지? 앞서 언급했듯 이 사진은 미국에서 촬영됐다. 첼시 유스팀은 2010년 미국을 방문했고, 미국에 있던 풀리시치가 잠시 합류해 같이 시간을 보낸 것이다. 그때 찍은 사진이다.
그렇다면 가장 오른쪽, 가장 키가 큰 빨간 머리 소년은 누구일까. 꼬마 때 마운트, 풀리시치와 함께 신나게 논 첼시 유스 소속 친구. 이름은 톰 칼튼이다. 칼튼은 6살에 첼시 유스에 입단하며 멋진 축구 선수를 꿈꿨다. 하지만 그는 마운트와 풀리시치처럼 꿈을 이루지 못했다.
세 꼬마의 운명은 엇갈렸다. 마운트와 풀리시치는 비슷한 인생을 살다 한 팀에서 재회했고, 칼튼만 유독 다른 인생을 살아야 했다.
두 꼬마는 각자의 소속팀에서 무럭무럭 성장했다. 둘 다 프로 1군 선수가 됐다. 잉글랜드의 강호 첼시와 독일의 강호 도르트문트의 문을 활짝 열었다. 그러다 2019년 풀리시치가 첼시로 이적하면서 마운트와 다시 만났다. 그들은 2021년 첼시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을 함께 경험하며 최고의 순간을 맞이했다.
반면 칼튼의 인생은 꼬였다. 칼튼은 첼시 유스에 정착하지 못했다. 그러다 2014년 웨스트햄 유스로 자리를 옮겼다. 그때 또 운명이 갈린 친구를 만났다. 2006년부터 첼시 유스에서 활약하다 2014년 칼튼과 함께 웨스트햄으로 이동한 친구가 있었다. 두 친구는 웨스트햄에서 함께 성공하자고 다짐했다.
그러나 또 운명은 엇갈렸다. 친구는 2017년 웨스트햄 1군으로 올라섰다. 그런데 같은 해 칼튼은 웨스트햄에서 방출 통보를 받았다. 분통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후 칼튼은 1부리그는커녕 잉글랜드 8부리그를 전전해야 했다.
그때 웨스트햄 1군으로 올라선 친구는 어떻게 됐을까. 그의 이름은 데클란 라이스. 웨스트햄의 에이스이자, EPL 최고의 미드필더로 꼽히는 슈퍼스타. 몸값이 1억 유로(1420억원) 이상이다.
칼튼은 자신과 비교해 너무나 성공한 친구들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솔직한 심정으로 마냥 축하해줄 수는 없었다. 부럽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다. 그는 오랫동안 감춰왔던 속내를 털어놨다.
"웨스트햄에서 나가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나를 망치로 때리는 것 같았다. 나의 꿈을 잔인하게 부정했다. 축구를 위해 살아온 내 삶이 버려지는 것 같았다. 나는 친구들을 보지 못했다. 솔직히 친구들이 성공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다. 질투나, 시기 그런 감정이 아니었다. 나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꿈이 깨진 것에 대한 상처였다."
[최용재의 매일밤 12시]는 깊은 밤, 잠 못 이루는 축구 팬들을 위해 준비한 잔잔한 칼럼입니다. 머리 아프고, 복잡하고, 진지한 내용은 없습니다. 가볍거나, 웃기거나, 감동적이거나, 때로는 정말 아무 의미 없는 잡담까지, 자기 전 편안하게 시간 때울 수 있는 축구 이야기입니다. 매일밤 12시에 찾아갑니다.
[메이슨 마운트, 크리스티안 풀리시치, 톰 칼튼, 데클란 라이스.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데일리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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