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영]잠 적게 자는 나라들의 특징
▷KAIST 연구진과 영국 노키아 벨 연구소는 노키아 스마트워치를 착용한 11개국 3만여 명의 4년 치 수면 자료를 분석해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11개국 사람들은 0시 1분에 잠자리에 들어 오전 7시 42분 일어난다. 가장 오래 자는 나라는 핀란드로 8시간, 가장 적게 자는 나라는 일본으로 6.9시간이다. 11개국에 한국 중국 싱가포르 등 다른 스마트워치를 쓰는 나라를 추가해 16개국을 비교하면 한국이 6.3시간으로 가장 적게 자는 것으로 나온다. 다음이 중국으로 6.7시간. 하루 7시간을 못 자는 나라는 한중일뿐이다. 싱가포르도 7.2시간으로 잠이 적은 편이다.
▷수면 시간이 달라지는 원인은 취침 시간이다. 일어나는 시간은 비슷하지만 잘사는 나라일수록 늦게 잠자리에 든다. 늦게까지 일하거나 첨단 기기로 영화나 오락을 즐기기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해석했다. 또 개인주의가 발달한 나라는 일찍 잠자리에 들고, 집단주의 문화가 강한 나라는 자정을 넘기는 경향이 있다. 집단주의 지수가 가장 높게 나온 나라는 일본과 스페인인데 스페인도 수면 시간이 7.5시간으로 짧은 편이다. 직장 동료나 친지들과의 저녁 모임 등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느라 늦게 잔다는 설명이다.
▷국가 안으로 범위를 좁히면 다른 그림이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와 PBS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백인보다는 유색인종이 잠을 적게 잔다. 매주 1시간을 더 자면 소득이 단기적으로는 1.1%, 장기적으로는 5% 오른다는 연구도 있다. 혼자만 잘 자면 안 되고 주변 사람들 모두 잘 자야 한다. 충분한 휴식을 취한 사람들끼리 모여야 갈등지수가 내려가고 생산성은 높아진다. 지난해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활용한 국내 연구에서도 교육과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수면 시간이 길고 비만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잠을 충분히 못 자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사고 위험도 높아진다. ‘수면 엘리트’ 유전자를 타고난 사람은 4시간만 자도 쌩쌩하지만 대개는 하루 8시간은 자야 한다. 잠은 빚쟁이다. ‘수면 부채’는 하루가 지났다고 사라지지 않고 빚처럼 쌓이므로 꼭 갚아야 한다. 주말에 몰아서 자는 건 수면 리듬이 깨지므로 금물. 평일 30분씩 낮잠 자는 것만으로 생산성이 2.3% 높아진다고 한다. 수면 부채는 일시불이 아닌 할부로 갚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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