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두브로브니크의 오버투어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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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낙원을 원한다면 두브로브니크로 가라."
아일랜드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는 냉소적인 독설가로 유명했지만,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에 대해서는 이렇게 극찬했다.
내전이 끝난 후 시민들의 열성적인 복구로 두브로브니크는 옛 모습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이에 두브로브니크 당국이 '캐리어 끌기 금지'라는 독특한 규제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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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는 냉소적인 독설가로 유명했지만,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에 대해서는 이렇게 극찬했다. 영국의 낭만파 시인 바이런도 “아드리아해의 진주”라고 불렀다. “세상의 모든 금덩어리와 바꾸지 않으리라”라고 노래한 크로아티아 시인도 있었다. 오래전부터 천혜의 휴양지로 각광받았던 이 도시는 고딕·르네상스·바로크 양식의 유적이 잘 보존돼 있어 구시가지 전체가 197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1949m의 성벽을 보유한 이 도시는 1300여년 동안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1667년에는 대지진이 덮쳐 경제적 기반을 상실했다. 1991년에는 크로아티아가 유고연방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하자 유고연방군이 폭격을 퍼부어 건물 지붕의 70%가 파괴됐다. 이때 프랑스 학술원 회장 장 도르메송 등 유럽 지성인들이 폭격을 중지시키기 위해 ‘인간사슬’을 시도하기도 했다. 내전이 끝난 후 시민들의 열성적인 복구로 두브로브니크는 옛 모습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이 도시에는 매년 150만여명의 사람들이 찾는다. 수년 전 한 TV 예능 프로그램의 촬영지로 소개되며 국내 여행객 사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인구는 4만1000여명에 불과하지만, 주민 한 명당 관광객 수가 36명으로 유럽에서 가장 많다. 최근 코로나19 종식 이후 해외 여행객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주민들의 불편도 더욱 심각해졌다. 특히 캐리어(바퀴 달린 여행 가방)가 구시가지의 돌·대리석 바닥을 지나며 내는 소리에 고통을 호소해 왔다. 이에 두브로브니크 당국이 ‘캐리어 끌기 금지’라는 독특한 규제를 내놨다. 이를 어기는 관광객에게는 265유로(약 38만원)의 벌금을 물린다.
관광객이 지나치게 몰려 거주민의 삶이 망가지는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이탈리아 로마, 프랑스 파리, 오스트리아 할슈타트 등 다른 유명 관광지도 오버투어리즘과 맞서기 위해 각종 규제를 내놓고 있다. 오버투어리즘은 여행자의 공감과 상생 노력이 없다면 해결할 수 없다. 두브로브니크로 향하는 유람선·항공편 등에서는 이런 문구가 담긴다. “도시를 존중해달라.”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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