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문화] 한국어와 중국어가 詩로 만나다
원작 훼손 최소화하려는 자세
미래 번역가로서 든든한 태도
언어 달라도 ‘문학적 교감’ 짜릿
번역은 ‘제2의 창작’이라고 한다. 이것은 번역의 가치를 높이는 말이기도 하지만, 번역의 의미를 왜곡하는 말이기도 하다. 여기서 ‘창작’이라는 말 자체가 벌써 원문을 훼손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한 작가의 창작물인 문학작품을 번역할 때는 번역가의 고민이 더 깊어질 것이다. 그 나라의 문화와 관습뿐 아니라 역사까지도 염두에 두어야 하므로, 원문만큼의 번역이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특히 시는 그 언어 자체로도 의미 분석이 까다로워서 다른 언어로 번역하기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그래서 해외의 문학 전문번역가를 키우는 것은 자국 문학의 세계화에 아주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은 필자의 시집에서 스무 편의 시를 발췌하여, 팀을 나눠서 번역 작업을 했다. 시를 이해하기 위해 한국의 문화적인 것도 조사했으며, 제대로 번역하기 위해 수차례 토론 과정을 거쳤다. 시의 리듬과 의미 그리고 이미지의 균형을 맞추려고 원어민 교수의 조언을 듣기도 했다. 낱말 하나하나의 의미나 뉘앙스 또는 그 정서까지도 이해하기 위해 가끔 내게 질문의 메시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필자는 중국어를 익히지 못했기 때문에 학생들의 중국어 번역 결과물에 대해 알 수가 없다. 직역과 의역 사이를 오가며 학생들의 고민이 컸을 거라고 짐작만 할 뿐이다. 그런데 학생들이 필자의 시를 한국어와 중국어로 연이어 낭송할 때는 나도 모르게 전율이 왔다. 낯선 중국어의 리듬과 낭송하는 학생의 차분한 정서가 살갗을 쓱 긁으며 지나갔기 때문이다. 귀로만 들리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스며드는 느낌, 그것은 그들과 이미 정서적으로 교감했다는 신호 같았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대학원생들은 아마 번역 보고서를 쓰는 것으로 이 프로그램을 마무리할 것이다. 이 막바지 작업을 위해 ‘작가와의 만남’ 시간에는 질문이 많았다. 작가의 의도를 궁금해하고 시어의 의미를 파고들어 작가의 원작에 훼손을 주지 않으려는 자세는 미래의 번역가로서 참 든든한 태도다. 이 프로그램의 취지가 그렇듯 학생들은 번역 작업과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한국 문학과 한층 더 가까워졌으며, 한국 문화에도 더욱 깊은 관심이 생겼다고 한다.
대학 측에서는 이번 번역 작품으로 9월에 낭송대회를 가질 계획이라 한다. 학생들의 번역에 대한 열정과 노력의 시간을 일회성으로 지나쳐 버리지 않으려는 마음이다. 이들의 한국문학에 대한 애정이 의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국의 후속 프로그램도 기대해 본다. 무엇보다 중국 학생들이 한국문학 번역가의 꿈을 키울 수 있도록 교류를 이어가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미래 번역가에게 작가 창작촌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을 텐데, 그렇다면 그들이 한국 작가들과 소통하는 기회가 생기고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도 한층 깊어질 수 있을 것이다.
‘작가와의 만남’을 마무리할 즈음 학생들이 내미는 시집에 사인을 하면서 필자는, 유환, 나비여, 박려려, 이미문, 쟈쓰치, 창선우, 임혜종, 반수민, 당학염, 사옥진, 레이첸웨 이런 학생들의 아름다운 이름을 또박또박 눌러 썼다. 우리 문학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미래의 번역가로 그들을 다시 만날 것이므로.
천수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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