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집 나올때 불을 끄고 나왔던가”…불안함 키우는 강박, 사실은 [Books]

이용익 기자(yongik@mk.co.kr) 2023. 7. 7.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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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에 빠진 뇌
제프리 슈워츠 지음, 이은진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뇌 [사진 = 픽사베이]
레오나르도 디캐프리오 주연의 영화 ‘애비에이터’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미국의 억만장자 하워드 휴즈는 그의 말년을 멕시코 아카풀코에 있는 프린세스 호텔 스위트룸에서 보냈다. 세균 감염을 두려워한 나머지 방을 병원처럼 꾸몄고, 햇빛도 위험하다는 생각에 모든 창문에 암막 커튼을 쳤으며, 음식은 손을 화장지로 가린 수행원들이 정확한 양을 측정해 가져왔다. 당시에는 괴팍한 억만장자의 습관 정도로 치부됐지만 이 모든 것이 바로 강박장애(OCD, Obsessive Compulsive Disorder)의 일반적인 증상이다.

물론 길거리를 걸을 때 보도 블록의 모서리를 밟기 싫어서 땅만 보고 걸어보거나, 보이는 자동차의 번호를 계속해서 더하며 지나간 경험 정도는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런 생각들이 더욱 심해지면 필요 없는 물건을 주워 와 집에 쌓아두고 싶은 충동이 강해져 호더가 되기도 하고, 가스나 전원을 끄지 못하고 나갔다가 위험해질 것이라는 생각에 외출 자체를 어려워하며 일상생활이 힘들어진다.

UCLA 정신과 의사이자 강박장애 전문가인 저자 제프리 슈워츠는 이러한 상태를 ‘브레인 록(Brain Lock)’이라 명명하고, 뇌의 신경학적 불균형으로 인해 잘못된 메시지가 반복되며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 상태로 규정했다. 책의 초판이 나온 것은 1996년이지만 20년 넘게 시간이 흐른 지금도 다를 것은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오히려 코로나19 이후 청결에 대한 집착과 함께 높아진 불안으로 강박장애를 호소하는 이가 더 많아졌기에 다시 한번 강박장애 문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번 개정판에는 초판보다 더욱 많은 사례가 업데이트되어 있다.

단순히 강박장애의 원인과 사례에 그치지 않고 자기 주도 행동 요법을 통해 이 병을 이겨낼 수 있다는 진단이 이 책의 생명력을 길게 만들어준다. 자기 행동을 ‘재명명’하고, 내가 아닌 뇌의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는 ‘재귀인’ 과정을 거치면 다른 일을 할 수 있도록 ‘재초점’을 잡을 수 있게 된다. 마침내 강박적인 사고와 행동이 아무 의미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 ‘재평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아왔다. 타인 혹은 스스로의 강박적인 행동에 고민하고 있다면 읽어볼 가치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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