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하수관…“수년간 오수 유출”

임연희 2023. 7. 7.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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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제주] [앵커]

지난달 성산일출봉 인근에서 낡은 하수관이 파손돼 다량의 오수가 길 위로 유출됐다는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하수관을 교체하기 위해 땅을 팠더니 황당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임연희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성산일출봉 인근 해변입니다.

길 위로 오수가 넘쳐 흐르고, 아스팔트가 내려앉은 싱크홀까지 생겼습니다.

며칠 뒤 파손된 하수관을 교체하기 위한 공사가 진행됐습니다.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굴착기가 땅을 파기 시작합니다.

하수관이 매설된 지하 2m 깊이까지 팠지만 하수관은 보이지 않고 바닥에 콘크리트 밑부분만 남아 있습니다.

[현장 관계자/음성변조 : "깎여서 (떨어져) 나갈 수가 있고. 내려앉을 수도 있고. 지금 (하수관) 흔적은 있잖아요. 이렇게."]

어찌 된 일일까?

제주도 관계자는 이 하수관이 18년 전 콘크리트로 만들어졌다는 점에 원인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오수 속 혐기성 미생물과 산소, 물 등이 연쇄 반응해 생긴 황화물이 콘크리트관 내벽을 녹여 부식시켰다는 겁니다.

[제주도 상하수도본부 관계자/음성변조 : "분뇨 하수관로 직투입으로 황화수소나 암모니아 가스가 많이 들어오다 보니까 콘크리트관 중성화가 빨리 돼버린 거에요. 관이 차츰차츰 껍질이 벗겨지는 거에요. 그러다 보니 함몰되고 유출되고."]

문제는 하수관이 파손된 지점입니다.

성산읍 중심지에서 하루 500톤의 생활 하수를 성산하수처리장까지 보내는 2.2km 가운데 30m 구간으로, 오수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구조입니다.

파손 시기를 모르기 때문에 바다로 유출된 오수의 양은 추정하기조차 어렵습니다.

[김진근/제주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 "(유출된 오수가) 해양으로 가게 되면 해양의 부영양화 이런 것을 일부 유발해서 해양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콘크리트로 만든 하수관이 2019년 기준으로 제주시 관내에만 900킬로미터에 달한다는 점입니다.

노후 상태를 파악해 새로운 재질로 하수관 전면 교체가 시급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제주도 상하수도 본부는 예산 문제 때문에 우선 결함이 확인된 하수관부터 정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임연희입니다.

촬영기자:고진현·고성호/그래픽:고준용

임연희 기자 (yhl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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