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잇슈] 북한산 러브버그 돌연 잠적? 해발 836m 정상에 올라보니…
이곳은 북한산 국립공원 탐방로 입구입니다.
올여름 들어 붉은등우단털파리, 일명 러브버그가 서울과 경기 곳곳에 동시다발적으로 출몰했는데요.
이곳 북한산 정상에도 떼 지어 나타났다는 목격담이 전해졌습니다.
그러다 최근 폭우에 대거 사라졌다 다시 무더위가 시작되며 또 나타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저희가 직접 산 정상까지 올라가 추적해 보겠습니다.
<최두리/경기도 남양주시> "(러브버그 들어보시거나 직접 본 적 있으세요?) 지금 러브버그가 되게 많이 있었다가 없어졌다고 해서 눈으로 한번 보고 싶어서 왔어요. 며칠밖에 못산다고 하니까, (sns)사진 보고 한번 눈으로 멀리서라도 보고 싶어서.."
등반 3분의1 지점 정도에 왔는데 러브버그가 대량 발생하다 보니까, 국립공원 측에서 이렇게 벌레가 어떤 벌레인지 알리기 위해 안내문까지 붙여놨습니다.
애초에 대발생 지역이 아니었던 북한산 정상마저, 러브버그 떼가 나타나면서 올해는 처음으로 국립공원 측에서 모니터링 일지를 작성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등반 1시간 만에 산 중턱 지점에 다다랐는데요. 평소와는 달리 러브버그 떼를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보통 러브버그들은 이렇게 두꺼운 낙엽층을 좋아한다고 하는데요.
아직은 거의 보이지 않는데, 게다가 털파리과에 속해서 포식자들을 피해 높은 지대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좀 더 올라가 보겠습니다.
<지용문/서울 돈암동> "비에 다 떠내려가고 죽으면 그 개체가 살아남았겠어요, 지금까지?"
<김용엽/인천 미추홀구> "새까맣게 달라붙는데, 쫓았는데 이정도야. 지난주에는 세 번 올라왔는데, 다 이랬어. (이런 광경을 처음 보신 거죠 살면서?) 네. (땅) 밟으면 다 러브버그였어. (입에 들어가거나 옷에 침투할 것 같은데…) 안 떨어져."
<벤자민/벨기에, 에이튼/캐나다> "저기서 봤는데 저를 공격했어요." (러브버그에 대한 정보 아세요?) 전혀 알지도 못하고, 들어본 적도 없어요."
해발 836미터, 등반 2시간 반 만에 이곳 백운대 정상에 다다랐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간혹가다 이렇게 한두 마리가 나타나서 옷에 달라붙어서 잘 떨어지지 않고 있고요.
이곳 바위를 새까맣게 뒤덮었던 러브버그 떼, 이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온데간데(없이) 깨끗한 모습이고요.
간혹가다 물웅덩이를 비롯해 나무 덱 바위 바닥 부분에 러브버그 사체로 추정되는 물체들이 곳곳이 보이는 정도입니다.
<김연평/북한산국립공원공단 특수산악구조대 주임> "5일에서 7일 정도 생존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비도 오고 생명이 다하지 않았나. 비가 내리는 기점으로 많이 사라졌기 때문에…여기 근무한 지 만 4년이 돼가는데 이렇게 많이 출현한 거 처음이에요, 민원 들어올 정도로. '대단한 사건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박지수/서울 도봉구, 양지혜/서울 강서구> "까맣게 엄청 덮여있다고 해서 사실 걱정하고 왔는데 생각보다 있지 않았어요."
그럼 왜 북한산 꼭대기에 이들이 나타났을까요?
그 하나의 이유로 바로 깨져버린 생태계 균형이 꼽힙니다.
국내 한 연구팀에 따르면, 2년 전 대벌레와의 한차례 전쟁을 치렀던 북한산 한 자락에서 대벌레 퇴치를 목적으로 방역을 했다, 웬만한 곤충들은 다 죽었는데 이 낙엽층 밑에 사는 러브버그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러브버그를 잡아먹을 포식자까지 다 없애버려서, 적정 개체수보다 많아졌고 이 러브버그들이 북한산 위아래를 이동하며 산란을 많이 했을 거란 분석인데요.
게다가 다른 도심 출몰지역보다 고도가 훨씬 높고 기온이 낮기 때문에, 이곳에서 마지막 대규모 발생해서 비행하고 사라졌다는 분석입니다.
<박선재/국립생물자원관 기후환경생물연구과> "북한산에서 대발생한 양상은 최근 장마가 끝나는 시점에 그 전에 이제 우화하지 못했던 마지막 개체군들이 한꺼번에 모여서 신혼 비행을 한 걸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현재 도심 지역에는 거의 다 안정화 단계가 됐고, 올해는 러브버그 대발생 사태는 좀 진정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과거 매미나방에 이어 대벌레, 그리고 올해 러브버그까지. 매년 곤충 대발생 이슈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때마다 화학적 방제로 대처해 왔지만, 그게 또 다른 생태계의 균열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죠.
발 빠른 대처도 중요하겠지만, 지역마다 실태를 공유하고 대규모 발생 원인을 분석해 알맞는 방제 기법들에 대한 연구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채연 기자 touche@yna.co.kr
- 영상취재 : 양재준, 송철홍 - 편집 고현지
#러브버그 #북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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