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괴물이 주인에게 총구 겨눠…푸틴, 침략 끝낼 절호의 순간”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 [사진 = 연합뉴스]

“바그너그룹 반란이 촉발한 러시아 내부 균열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은 블라디미르 푸틴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략을 끝내도록 압박할 수 있는 매우 특별한 순간입니다.”

지난달 24일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그룹이 러시아에서 일으킨 반란의 의미를 묻자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51)가 내놓은 거침없는 평가다. 그가 보기에 최근 러시아 반란 사태는 8일 500일을 맞이하는 러·우 전쟁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절호의 순간이다. 그는 “반란 사태로 푸틴 최대 약점이 드러났다”며 “이 전쟁을 끝낼 수 있도록 우크라니아 무기 지원을 늘려달라”고 호소했다.

포노마렌코 대사는 지난해 2월24일 한국에서의 임기를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날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임기 시작일을 “러시아가 주권 국가인 우크라이나를 파괴하기 위해 전면적인 침략을 강행한 날”로 기억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 [사진 = 연합뉴스]

-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지 500일이 됐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사실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은 500일보다 더 오래 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2014년 러시아가 돈바스와 크림반도 자치공화국을 침공했을 때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2022년 2월 24일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을 점령해 주권 국가를 파괴하기 위한 전면적인 침략을 강행한 날이다.러시아의 계획은 절대로 실현되지 않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방어군이 러시아의 주요 군사 장비를 파괴하면서 러시아군을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몰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초 ‘대반격’을 시작했는데.

여러 전선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은 단 하나의 목표를 갖고 있다. 국제적으로 인정돼 온 우크라이나 영토의 완전환 회복이라는 목표다. 우크라이나 방어군은 동쪽과 남쪽으로 전진하면서 러시아군을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몰아내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크게 다섯 방향으로 진격했는데, 현재까지 잃은 진지는 없고 해방된 지역만 있을 뿐이다. 원래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지역에 우크라이나 깃발이 다시 게양되고 있다.

- 대반격에 대한 비관적인 시각도 있다. 예상보다 진격이 더디다는 지적인데.

러시아군의 집중적인 지뢰 매설 등 이른바 삼중방어로 인해 전장에서의 진격이 매우 어렵고 복잡한게 사실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기술 지원이 필요하다. 우크라이나는 장거리 미사일, 최신 전투기, 방공 시스템, 추가 중화기가 필요하다.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은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서방 국가 모두가 대상이다. 러시아에 맞서는 것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

- 러시아는 바그너그룹의 반란으로 인해 혼란에 빠져 있다. 전쟁이 변곡점을 맞았다는 분석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바그너그룹의 반란은 러시아의 침략 계획이 붕괴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크렘린궁이 지난 9년 동안 키운 ‘전쟁 괴물’이 모스크바로 돌아와 ‘주인’에게 총구를 겨눴다. 이는 푸틴 대통령이 가진 심각한 약점을 드러낸다. 바로 푸틴도 ‘실제적인 압박’에 굴복한다는 사실이다. 23년을 이어 온 푸틴 정권은 결코 예전과 같은 힘을 갖지 못하게 됐다. 회복은 불가능하며, 내부 균열의 지속적인 확대가 불가피하다. 푸틴이 더 나약해지고 ‘피할 수 없는 실패’에 다가갈수록 그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강행한다는 현재 기조에서) 물러설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한국을 포함한 서방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규모를 2배 정도로 늘리는 게 중요하다. 지금은 푸틴이 우크라이나 침략을 끝내도록 압박할 수 있는 매우 특별한 순간이다.

- 11일부터 시작하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가입 논의가 있을 예정인데.

나토 정상들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위한 실질적인 길을 열어줄 수 있는 결정을 채택하길 바란다.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내려질 결단은 유럽은 물론 전 세계의 공동 안보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러시아의 테러리즘은 전 세계 국가가 누리고 있는 자유에 대한 위협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가 나토를 필요로 하는 만큼 나토도 우크라이나를 필요로 한다.

- 우크라이나 군인들과 국민들은 18개월째 전쟁을 치르고 있다.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은가.

우리 군인들과 의료인, 자원봉사자 그리고 매일 매일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 내 땅의 주인이 될 당연한 권리를 수호하고 있는 국민 한분 한분께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우크라이나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우리의 강인함과 단결력은 전 세계의 모범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말을 건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