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창 만난 옐런 “미국은 승자독식 아닌 건전한 경쟁 추구”
취임 후 첫 3박4일 중국 방문…양국 간 정기적인 협력·소통 강조
반도체 광물 수출 통제·미 기업 제재 등 중 경제 장벽에는 “우려”
중 정부 “무역 본질은 윈윈”…미국에 ‘실제 행동 촉구’ 기선제압
중국을 방문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7일 리창 국무원 총리를 만나 양국 간에 보다 정기적인 소통 채널이 활성화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미 재무부는 옐런 장관이 이날 베이징에서 리 총리를 만나 “미국은 승자독식의 방식이 아닌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되는 공정한 규칙에 기반한 건전한 경쟁을 추구한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밝혔다. 옐런 장관은 이어 “미국은 특정 상황에서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한 행동을 추구할 필요가 있고, 우리는 그것에 대해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어떤 의견 불일치도 양국의 경제·금융 관계를 불필요하게 악화시키는 오해로 이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 총리가 세계경제포럼 연설에서 차이가 불화의 원인이 돼서는 안 되고 더 많은 소통과 교류의 원동력이 돼야 한다고 말한 것에 동의한다”며 “양국 사이에는 협력하고 리더십을 보여줄 의무가 있는 중요한 글로벌 도전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전날 3박4일 일정으로 취임 후 처음 중국을 방문한 옐런 장관은 카운터파트인 허리펑 부총리와 류쿤 재정부장 등을 만나 양국 간 경제·무역 관계에 대한 포괄적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본격적인 고위급 경제 대화에 앞서 중국 경제를 총괄하는 리 총리를 만나 글로벌 도전 과제에 대한 협력과 소통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옐런 장관은 본격 회담을 앞두고 중국의 경제 관행 등에 대한 우려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이날 리 총리 면담에 앞서 미 기업인들을 만나 “나는 중국이 국내 기업에 대한 보조금 확대 같은 비시장적 도구를 사용하고 외국 기업의 시장 접근에 장벽을 두는 것 등에 대해 우려를 전달하고 있다”면서 “특히 최근 몇달 동안 미국 기업들에 대해 취해진 가혹한 조치를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와 같은 기술에 사용되는 두 가지 중요한 광물에 대한 중국의 새로운 수출 규제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도 옐런 장관 방중과 관련해 지난해 양국 정상 간 합의 이행과 소통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미국의 실제적인 행동을 촉구하며 기선 제압을 시도했다. 재정부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는 미국이 실제 행동을 통해 양국 경제·무역 관계의 건강한 발전과 상호 이익을 달성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조성하길 바란다”면서 “중·미 무역 관계의 본질은 상호 이익과 윈윈이라며 무역 전쟁과 디커플링(탈동조화)에는 승자가 없다”고 밝혔다.
옐런 장관은 8일 허 부총리, 류 부장과 회담에서도 이날 제기한 중국에 대한 여러 우려를 표명하고, 중국 측도 미국의 대중 고율 관세 문제 등에 대한 요구를 전달하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양측은 이번 회담에서 지속적인 고위급 교류와 소통을 통해 양국 관계를 관리해 나가는 데 방점을 찍고 회담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존 케리 미 기후변화특사가 오는 16일 전후 중국을 방문해 셰전화 기후변화 특별대표 등을 만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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