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9개월 앞 ‘원희룡 폭탄 발언’…여당, 부랴부랴 ‘뇌관’ 제거
“김 여사 의혹 해소한 뒤 재추진”…민심 반발 우려하며 ‘뒷수습’ 총력
“과잉충성하느라 사고친 것” “총선 악재”…원 장관 대응 비판 쏟아져
국민의힘이 7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전면 백지화 선언 뒷수습에 나섰다. 경기 양평군을 비롯한 사업 주변 지역 민심이 동요하자, 사업을 다시 추진하는 방향으로 정부를 설득할 방침을 세웠다. 여당 내에서는 원 장관의 독단적인 ‘폭탄 발언’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통화에서 “양평군민 뜻이 이뤄질 수 있도록 당이 정부 측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 총장은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을 제기한 “(더불어)민주당이 사과하고, 괴담을 만든 사람을 문책해야 한다”는 점을 사업 재추진 전제조건으로 달았다. 이 총장은 “(원 장관 발언은) 민주당 반대로 현실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없으니 백지화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앞서 원 장관은 전날 국회에서 김 여사 특혜 의혹 관련 실무 당정협의회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사업 추진 자체를 전면 중단하고 이 정부에서 추진된 모든 사항을 백지화하겠다”고 말했다. 당정협의회에 참석한 국민의힘 의원들조차 원 장관이 이 같은 발언을 할 거란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사업 전면 백지화’가 아닌 ‘잠정 중단’에 무게를 실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통화에서 원 장관의 사업 백지화 발언에 대해 “민주당의 지속되는 가짜뉴스, 정치공세로 정상적인 사업 추진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니 중단한다고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서도 ‘백지화’ 대신 “중단”이란 표현을 썼다. 여당 지도부 한 관계자는 “김 여사 관련 특혜 문제가 있는지를 재검토하고 나서 문제가 없다면 재추진하면 되는 문제”라며 “사업 자체를 백지화시킬 필요는 없다는 게 당 입장”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의 이 같은 대응은 총선을 약 9개월 앞둔 시점에서 이번 사안이 수도권 민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이 지역구인 한 의원은 “원 장관이 (윤 대통령·김 여사에게) 과잉충성하느라 사고를 친 것”이라며 “총선 전 또 하나 악재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민주당 때문에 숙원사업이 날아갔다고 주민들에게 호소해 총선에서 심판론을 만들고 싶었을 것”이라며 “도대체 (여당) 초강세 지역인 양평에서 왜 저런 걸 거는지 알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원 장관 대응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도 이어졌다. 유승민 전 의원은 전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일반적인 상식을 가진 국민들이라면 의혹을 제기할 만한 문제”라며 “앞으로 야당이 의혹을 제기하면 국책사업을 그냥 취소할 거냐”고 반문했다. 양평에서 5선 국회의원을 지낸 정병국 전 의원은 통화에서 “(원 장관이) 왜 그러는지 잘 이해를 못하겠다”며 “이미 예산(설계비)까지 통과된 사업이 백지화가 되느냐”고 말했다.
정대연·조문희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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