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미만 쪼개기 고용…‘퇴직금 미지급 꼼수’ 쓴 병원
성남의 특수검진병원, 2019년 후 ‘권고사직 이후 일용직 재고용’ 반복
신고한 2명만 퇴직금, 피해자 최소 15명…연말정산 환급도 지급 안 해
병원 측 “개개인 계약 내용 몰라” 황당 해명…노동부 “임금체불” 조사
경기 성남 분당의 한 특수검진 전문병원이 의료노동자들에게 수년간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고용노동부가 조사에 나섰다.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은 지난 5월부터 분당구 소재 A병원의 임금체불 의혹을 조사 중이다. A병원은 특별검사 전문병원으로 25명 규모의 의료팀을 운영하는데, 2019년부터 퇴직자들에게 퇴직금을 미지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130조는 특정 유해인자에 노출되는 사업장 노동자는 주기적으로 특수건강진단을 받도록 돼 있다. 특수검진 병원은 이런 진단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이다.
A병원은 ‘반복적인 쪼개기 계약’으로 퇴직금 지급을 피하려 한 것으로 파악됐다. 계약서상으론 10~11개월만 고용한 뒤 권고사직을 한 것처럼 꾸미고 이후에는 일용직으로 채용하는 방법이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는 12개월 이상 근무해야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병원에서 일한 B씨는 “업계가 좁고, 일당직으로 일하는 선생님들이 많다 보니 병원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별도 퇴직금 얘기가 없어 그냥 없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계약 기간이 1년 미만이더라도 B씨처럼 비슷한 계약을 수년간 반복 갱신한 경우 ‘계속근로’로 간주돼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이를 어기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이다.
그러나 A병원에서 퇴직금을 받은 노동자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2019년부터 약 2년간 병원에서 일한 C씨는 “퇴직금을 요구했더니 다짜고짜 안 된다고 하며 전화를 피했다”면서 “이유도 설명하지 않았다”고 했다. 병원이 2019년부터 현재까지 퇴직한 특수검진 의료 노동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한 사례는 C씨를 포함해 두 명이 전부였다. C씨의 신고로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이 조사를 시작하자 병원 측은 미지급한 퇴직금과 주휴수당 등 1070만원을 지급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병원 관계자는 “(확인된 2명을 제외하고) 퇴직금 지급 사례는 없었다”고 했다. 기자가 직접 확인한 미지급 사례만 총 15건이었다.
병원이 운영돼온 기간을 감안하면 확인되지 않은 피해자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병원은 퇴직 노동자들에게 연말정산 환급금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은 지난해 퇴직한 노동자 16명에게 “퇴직했으니 환급금을 지급할 이유가 없다”고 통보했다.
2011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퇴직 노동자에게도 퇴직 후 14일 이내에 연말정산 환급금을 지급해야 한다. 노동자들이 노동부에 신고하겠다고 알리자 병원은 지난 3월31일 환급금을 지급했다.
병원 관계자는 “노동자 개개인들의 계약 세부 내용에 대해선 정확히 알지 못했다”며 “검진업 특성을 고려해 10개월 단위로 계약한 것이지 쪼개기를 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퇴직금이 임금에 포함된 줄 알았다”면서 “검토해서 지급 사유가 있다면 퇴직금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환급금 미지급에 대해선 “직원들이 요구해서 지급한 상황”이라고 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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