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詩의 뜨락]

2023. 7. 7.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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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

엄마는 양은 밥상만 한 땅뙈기에 세 들어 살았단다 이래도 저래도 산다는 게 세상에 세 들어 사는 거라 겁이 없었단다

나도 엄마 배 속에 세 들어 살았단다 사글세란 그렇단다 주거니 받거니 하다 줄 수 없으면 방 빼는 거란다

그날도 엄마는 밭에 갔단다 팔 걷어붙이고 김장 무 몇 개 뽑고 잠시 쉬어 다시 끙, 하니 내가 뽑히더란다

줄 세는 없고 주인 얼굴 한번 보자고 서둘러 나왔단다

세상에 나와 세 치르다 한 시절 가고 탯줄 묻은 자리 오동나무 꽃만 환장하더란다

나도 환장한단다

-시집 ‘언니, 우리 통영 가요’(걷는사람) 수록

●조명 시인 약력

△김제 출생. 2012년 ‘시사사’ 신인상 받으며 작품 활동. 시집으로 ‘껌 좀 씹을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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