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채식 어렵다면, 고기 섭취 줄이자
점차 필요 이상의 육류 소비
동물 학대·탄소 배출 등 논란
식물성·세포 배양육 등 제시
“공장식 축산 극복 가능할 것”
고기는 절반만 먹겠습니다(Meat Me Halfway)/브라이언 케이트먼/김광수 옮김/애플북스/2만2000원
인류의 거의 모든 역사에 고기는 희귀한 사치품이었다. 산업혁명 시기를 거치며 가난한 집에도 고기 요리가 매 끼니에 올라왔지만, 고기는 늘 계급의 상징이자 열망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최근 공장식 축산에서 비롯되는 윤리적 공포,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탄소 배출 등에 대한 관심히 높아지며 육식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는 과격한 목소리가 나온다.
인간은 점차 필요 이상의 육류를 소비하기 시작했고, 축산업계는 늘어나는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했다. 일례로 사료에 비정제 항생제를 넣어 사료비를 아끼고 닭의 출하 체중에 도달하는 시간도 단축했다. 또 교배를 통해 닭 무게를 두 배 가까이 늘리고 생명공학 회사들과 함께 닭의 유전 구조도 발전시켰다.
냉장고의 보급과 뼈에서 고기를 분리·가공하는 발골 기법의 발달, 싸고 편리한 패스트푸드의 확산 등은 육류 소비를 더 확대시키고 산업형 축산업을 발달시켰다.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도 고기 대중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고기를 상하지 않은 상태로 최전선 부대까지 수송하기 위해 직사각형 블록 형태의 가공육 덩어리 ‘스팸’이 개발됐다.
산업형 축산업계는 대중을 겨냥한 마케팅과 홍보 캠페인뿐 아니라 입법 로비에도 적극 나섰다.
정치감시단체인 대응정치센터(CRP)에 따르면 적색육 및 가금류 산업계는 2016년 정치 캠페인에 1100만달러를 기부하고 연방정부 로비에도 800만달러를 지출했다. 그 돈으로 공장식 농장의 비위생적인 생산과정과 동물 학대를 고발하는 언론사와 동물단체의 잠입 취재를 막기 위해 소유주 동의 없이 농장에서 숨어서 촬영하거나 사진 찍는 행위를 금지하는 ‘에그-개그(egg-gag)’법 등을 만들었다. 또 뉴스에서 고기 관련 폭로가 나오면 언론사와 기자를 상대로 거액의 소송을 걸었다. 1996년 방송에서 “햄버거 먹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버렸어요. 난 안 먹을래요”라고 말한 오프라 윈프리도 육우업체로부터 소고기를 비방한 혐의로 1030만달러를 배상하라며 고소당했다.
각 대안들은 여전히 비싸고 각각 윤리적, 환경적 한계를 갖고 있지만, 다양한 기호와 도덕적 관점에 부합하는 대안이 많을수록 공장식 축산을 극복하는 것이 수월해진다고 저자는 믿는다.
‘고기는 절반만 먹겠다’는 말은 완전 채식주의자들에게 대안으로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 완전 채식주의자들이 잡식성 일반인보다 덜 엄격한 채식주의자들을 더 적대적으로 바라본다는 실험결과도 있다.
저자는 완벽한 채식을 하는 100명보다 완벽하지 않은 채식을 하는 100만명이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실천가능한’ 일부터 해보는 것이 가장 적극적인 방법 아닐까.
김수미 선임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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