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젠더를 찾아 떠나는 유쾌한 여정[책과 삶]
잘하면 유쾌한 할머니가 되겠어
박에디 지음·최예훈 감수
창비 | 252쪽 | 1만8000원
박에디에게는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다. 트랜스젠더이자 인권 활동가인 그는 군필이고, 기독교 신자이며 바리스타이고 퀴어계의 엔터테이너이기도 하다. 여러 퀴어 행사의 진행을 맡을 정도로 뛰어난 유머 감각을 지닌 그가 지금의 유쾌한 모습을 가지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을까.
<잘하면 유쾌한 할머니가 되겠어>는 ‘박온열’이 ‘박에디’로 다시 태어난 과정을 풀어낸다. 학교와 군대, 가정, 직장을 거치고 펀딩을 통해 성확정수술과 성별정정을 하기까지 자신의 젠더를 찾아온 여정을 담았다.
박에디는 책을 시작하며 이런 각오를 밝힌다.
“이런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 ‘어릴 때부터 나는 한 번도 스스로를 남자라 생각한 적이 없고, 바비 인형을 좋아했고, 치마를 입고 싶었는데 엄마가 못 입게 했어요. 하루하루가 너무 지옥 같았고 살고 싶지도 않았어요. (중략) 지금은 성별정정에 성공해 행복한 삶을 마주하고 있어요.’”
자신의 삶이 사회가 말하는 또는 요구하는 트랜스 여성의 서사에 들어맞지도 않을뿐더러 박에디가 되기 전 자신의 인생이 고통스럽기만 했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박온열로 살았던 시간 속에는 지금까지도 자신을 지탱하는 기억이 많았다고, 박에디는 말한다. 막 태어난 조카를 보며 느낀 사랑이나 군대 동기들과 앞으로의 삶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진 열정 같은 것들 말이다.
그의 각오대로 책은 한국 사회가 생각하는 트랜스 여성의 서사를 보기 좋게 빗나간다. 묵직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이야기 내내 발휘되는 저자의 유머는 ‘정상사회’의 허를 찌른다. 책을 다 읽고나면 제목처럼 박에디가 ‘유쾌한 할머니’가 되리라 확신하게 된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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