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 눈썹, 원주민의 전통 의상…강렬함 남긴 프리다의 미의식[이미지로 여는 책]
프리다, 스타일 아이콘
찰리 콜린스 글·커밀라 퍼킨스 일러스트 박경리 옮김
브레드 | 178쪽 | 2만3000원
어떤 사람은 빳빳한 셔츠의 단추를 끝까지 채운다. 어떤 사람은 발가락이 나오는 신발을 신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등이나 가슴, 팔이 드러난 옷을 입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당신의 패션은 당신을 말한다.
화가 프리다 칼로는 자신의 몸을 캔버스처럼 사용했다. 옷과 액세서리를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해체하고 재구성했다. 결혼식 날 프리다는 치마와 블라우스, 레보소를 가정부에게서 빌려 입었다. 레보소는 멕시코 전통 숄이다. 공산당원이라는 자신의 새로운 역할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노동자 계층과 함께하겠다는 신호를 결혼식 복장에 투영했다.
결혼 이후에는 멕시코 전통 의상을 고수했다. 어머니의 뿌리와 자신을 연결하기 위함이었다. 프리다는 메스티소 어머니와 독일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메스티소는 라틴아메리카에 사는 유럽인과 토착민 사이에서 태어난 이를 의미한다. 프리다는 멕시코 전통 의상 테우아나를 입으며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기억하고, 원주민의 장인 정신을 기렸다.
프리다는 멕시코 전통 블라우스인 우이필도 자주 입었다. 두세 장의 천을 바느질하고 매듭지어 만드는 이 옷은 네모난 목둘레선이 특징이다. 고대 마야문명 여성들로부터 기원했는데, 이 사회는 모계중심사회였다. 당시 여성들은 신성한 지식을 보존하는 사람이자 고위 제사장이었고 능숙한 농부였다. 프리다는 마야 여성들의 정신을 계승하고자 했다.
많은 이들이 물감 묻은 멜빵바지 등 편한 작업복을 입고 그림을 그릴 때 프리다는 가장 좋은 옷을 입고 작업했다. 단지 그 위에 앞치마를 걸쳤을 뿐이다. 여성을 상징하는 아이템인 앞치마는 잉크나 물감으로부터 프리다를 지켜줬다.
프리다는 화장품도 좋아했다. 하지만 남들과 같은 스타일을 따라 하진 않았다. 숱 많은 눈썹과 듬성듬성 보이는 콧수염은 자연스럽게 뒀다. 그는 오히려 눈썹 사이를 메워 일자에 가깝게 그렸다. 그것이 자신의 매력을 드러내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프리다의 미의식은 장 폴 고티에, 알렉산더 매퀸 같은 패션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줬다. 프리다의 패션은 텅 빈 형식이 아니라 내용 그 자체였다.
책은 프리다의 일생을 따라가며 프리다의 복식과 프리다가 즐겨 걸친 아이템들을 화려한 그림을 통해 소개한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빗속에 모인 시민들···‘윤석열 퇴진·김건희 특검’ 촉구 대규모 집회
- 트럼프에 올라탄 머스크의 ‘우주 질주’…인류에게 약일까 독일까
- [스경X이슈] 민경훈, 오늘 ‘아형’ PD와 결혼...강호동·이수근 총출동
- 사라진 돌잔치 대신인가?…‘젠더리빌’ 파티 유행
- “나도 있다”…‘이재명 대 한동훈’ 구도 흔드는 경쟁자들
- 제주 제2공항 수천 필지 들여다보니…짙게 드리워진 투기의 그림자
- 말로는 탈북자 위한다며…‘북 가족 송금’은 수사해놓고 왜 나 몰라라
- 경기 안산 6층 상가 건물서 화재…모텔 투숙객 등 52명 구조
- [산업이지] 한국에서 이런 게임이? 지스타에서 읽은 트렌드
- [주간경향이 만난 초선] (10)“이재명 방탄? 민주당은 항상 민생이 최우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