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 ‘진보정당 기틀 다지기’…생전 어록·행적을 기억하다[책과 삶]
노회찬 평전
이광호 지음
사회평론아카데미 | 600쪽 | 2만3000원
노회찬이 세상을 뜬 지 5년 만에 나온 평전이다. 노회찬재단이 고인의 말과 행적을 모아 아카이브를 구성했고, 필자 이광호는 이에 더해 가족, 동지, 친구를 인터뷰한 내용을 넣었다. ‘2023년 현시점의 정본 전기’를 지향해 고인의 성장기, 생각, 에피소드, 마지막 나날들을 적었다.
담담하고 과장 없이 노회찬이라는 사람을 알 수 있게 정리됐다. 필자가 정리한 노회찬은 순진한 구석이 있는 정치인이자, 현명한 무신론자, 마음이 따뜻한 유물론자, 과묵한 달변가, 변화에 열려 있고 첨단을 즐길 줄 아는 원칙주의자, 교향곡을 좋아한 음악애호가, 음식 마니아,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비판받지 않았던 페미니스트였다. 이는 노회찬 장례의 공식 명칭에 붙은 ‘진보정당 대표의원, 자유인, 문화인, 평화인’이라는 수식과도 통한다. ‘경쟁적 협력관계’였던 심상정이 ‘돌파형’이었다면, 노회찬은 ‘심사숙고형’이었다고 표현된다.
노회찬의 존재감을 알린 ‘삼겹살 불판’론이 언급된 2004년 3월20일 KBS <심야토론> 장면을 프롤로그로 그의 62년 생애가 서술된다. 교과서를 중시했던 노회찬은 “대통령제 아래서 대통령은 국회를 해산할 수 없다”는 교과서 문구를 본 후 고등학생 신분으로 유신독재 반대 유인물을 제작했다. 대학을 떠나 용접을 배운 뒤 노동운동을 했다. 1990년대 이후엔 공적인 삶의 대부분을 진보정당의 기틀을 다지는 데 바쳤다. 삶을 스스로 내려놓은 가장 큰 이유도 “어렵게 여기까지 온 당의 앞길에 큰 누를 끼쳤다”는 것이었다.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수수한 정치자금에 자책하다 세상을 뜬 노회찬의 선택에 대해 저자는 “자신의 ‘잘못’이 빚어낸 ‘개인적’ 부끄러움의 ‘공적’ 무게를 그는 이겨낼 수 없었다”고 적었다.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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