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자 보호 vs 시장 위축…추급권 향후 과제는?
[EBS 뉴스]
서현아 앵커
이 사안 취재한 최이현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미술계 숙원이었던 미술진흥법이 통과됐는데, 추급권을 둘러싼 논란이 여전한 것 같네요.
먼저 추급권이 어떤 개념인지부터 정리해볼까요.
최이현 기자
네 맞습니다.
지난 금요일이죠, 미술 진흥법이 통과가 됐습니다.
진흥법이라는게, 선언적인 내용을 담은 경우가 많은데, 미술 진흥법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고무적이라는 평갑니다.
최근 미술시장이 커지다 보니까, 시스템을 선진화하자 이런 차원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추급권이 주요 골자입니다.
이름이 좀 어렵습니다.
'재판매보상청구권'입니다.
그러니까, 미술 원작자나 소유권자가 자기 작품을 판매하는 것을 1차 판매라고 본다면 소유자가 또 다시 판매하는 등의 추가 거래가 이뤄지죠.
이렇게 미술시장이 형성되는 건데요.
미술은 미술의 특성상, 그동안 재판매가 이뤄질 때, 그 권리가 원작자에게 돌아가는 부분이 전혀 없었습니다.
출판이나 음원 같은 경우, 그 저작권이 70년간 보호되는 것과는 차이가 있죠.
미술품을 재판매할 때, 작가에게 보상을 해주자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서현아 앵커
작가에게 보상을 해주자,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일까요?
최이현 기자
미술은 복사본은 의미가 없습니다.
원작만 의미가 있죠. 그런데, 처음부터 유명작가가 되어서, 작품을 판매하는 경우는 상당히 적습니다.
어느 정도 작품 활동을 한 후, 작품값도 오르고 이런 단계를 거치죠.
미술은 작품이 리셀되면서 원작자가 판 가격의 몇만 배까지 가격이 올라도, 원작자에게 돌아가는 경우가 없습니다.
지금은 수십억 원씩 하는 작품이, 초기에는 몇만 원에 팔렸던 거죠.
그래서 중간에 리셀을 하는 사람들에게만 혜택이 가는 구조였습니다.
그래서, 재판매 될 때, 일정 비율을 정해서 판매가의 일부분을 창작자에게 돌려주자, 이렇게 권리를 보호해주자는 것으로 해석하면 되고요.
그동안 음반, 출판, 공연 창작자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고 있고요.
사후에도 그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데, 미술만 그렇지 못했습니다.
장르별 불균형이 있었던 것이죠.
장르에 따른 차이 없이, 창작물이 보호받게 되면서, 장르별 불균형이 해소됐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제대로 보상이 이뤄지려면, 재판매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정확한 기록부터 필요하지 않을까요?
최이현 기자
네 맞습니다.
그 부분이 추급권에 대한 찬반을 가르는 주요 내용입니다.
먼저 이 추급권이 실제 적용이 되려면, 어떤 작품을 누가 얼마에 어떤 경로로 구매했고, 또 그것을 누가 팔았는지가 구체적으로 기록이 되어야 합니다.
말 그대로 이력을 추적할 수 있는 '이력 추적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죠.
그런데 미술시장, 그동안 이 정보가 일부지만, 공개된 곳은 옥션과 같은 경매 시장 정도였고요.
대부분이 알음알음, 개인적인 구매를 하는 미술시장만의 특징이 있었죠.
이걸 완전히 뒤집는 개념입니다.
그러나보니, 반대 목소리도 나옵니다.
또 추급권에 적용되는 비용이, 작품 가격에 추가로 반영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사실상 세금 역할을 하게 되다 보니까, 시장 왜곡이나 가격형성에 영향을 미쳐서, 미술시장이 어느 정도 위축될 것이라는 시각이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그렇다면 유통구조가 투명해지는 의미도 있을 것 같네요?
최이현 기자
네 맞습니다.
이력 시스템이 적용되면, 유통구조가 선진화되는 측면도 분명 있습니다.
꾸준한 이력이 달린 작품은 위작논란으로부터도 자유로워질 수 있죠.
추적 과정이 쌓이면, 중간 경로까지 모두 알 수 있기 때문이고요.
미술 작품의 가격형성이 객관적 지표보다 정성적인 평가로 이뤄지죠.
그러다보니 공신력있는 가격 정보 등이 부족했는데, 그런 부분이 보완될 수 있다는 장점이 분명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일각에선 이 법안이, 자칫 작가 양극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요?
최이현 기자
네 그렇습니다.
법안 내용 화면으로 나가고 있는데요.
24조 두 번째 항목을 보시면요.
업무상 저작물에 해당하는 미술품이 재판매가 될 때는, 추급권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작가 개인이 판매하는 게 아니라, 법인 그러니까 어떤 회사에 소속되어서 작품 활동을 하면, 이 법을 피해갈 수 있다는 해석이 됩니다.
이 법 자체가 작가를 자연인으로 보고 만들었다는 시각을 알 수 있는데요.
최근에는 작가들이 작품 판매를 통해 일정 이상의 소득을 거두면, 법인에 소속되거나 법인을 세우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법이, 무명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보호하자는 의미도 있는데, 자칫 이미 상업화된 작가들은 법의 대상이 되지 않아서, 작가들의 양극화를 더 크게 초래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전문가의 분석, 직접 들어보시죠.
인터뷰: 서유경 변호사
"경매시장이나 혹은 2차 시장의 플레이어들이 (회사를 만들고) 작가가 그 작가를 근로자 형태로 들어오게 해서 그 법인 내에서 작품을 만들게 하고 만들어진 작품들을 유통을 하면 이 재판매 보상 청구권이라고 하는 것을 적용받지 않아요. 2차 시장에 기존의 플레이어들한테 유리하게 되는 거죠."
서현아 앵커
이런 우려를 해소하고 취지를 잘 살릴 구체적인 시행령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인데요.
해외사례와 비교했을 때, 고려해야 할 점은 어떤게 있을까요?
최이현 기자
네 우선, 해외에서는 82개국이 추급권을 먼저 도입해서 적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프랑스 같은 경우는 추급권을 도입한 지 100년이 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조금 늦은 감이 있긴 하죠.
우선, 어떤 미술 작품을 추급권의 대상으로 정하느냐부터가 시작입니다.
미술품의 분야가 굉장히 다양하죠, 나라마다 범위가 또 다릅니다.
추급권 연구한 연구원 의견 직접 들어보시죠.
인터뷰: 유의정 선임연구관 / 국회입법조사처
"독일 같은 경우에는 순수 미술품만 인정하고 있어요. 미술계 각계 각층의 추급권이 나라마다 약간 다른 것을 인정해서 EU 지침에도 있어서 대상이나 몇 가지 것들은 그 나라에 최소 필요한 공통적인 부분을 빼놓고는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그렇게 해놨어요."
가장 중요한건 어느 정도 퍼센트로 배분을 할 것인지, 또한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해외의 경우 배분율은 4%에서 0.25%로 다양하고요.
작품가가 올라갈수록 배분 비율이 반비례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 아직 시작단계라서, 보장해주는 범위 그러니까 사후 30년 정도로 시작을 하는데요.
대부분 다른 장르의 저작권은 70년으로 정리되었습니다.
시행령 차원에서 정리될 과제가 상당히 남아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결국은 창작자의 권리를 존중해야 지속적인 성장도 가능한 거니까요.
부작용은 줄이고 취지를 잘 살릴 후속 대책이 마련돼야 하겠습니다.
오늘 얘기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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