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떼어주면 1억5천 줄게" 건설사 사장의 빗나간 효심

[연합]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한 건설사 사장이 간 이식이 필요한 아버지를 위해, 돈을 주고 장기 기증자를 찾도록 교사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대구지법 형사12부(어재원 부장판사)는 7일 장기 이식 대가를 주겠다며 기증자를 찾도록 교사한 혐의(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기소된 대구지역 모 건설사 대표 A(55)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 씨는 2021년 12월 자신이 운영하는 건설사 직원인 B 씨 등에게 "(건설사 회장인) 아버지에게 간 이식이 필요하다. 대가를 지불하겠으니 간을 기증할 사람을 찾아봐 달라"고 한 뒤 지난해 2월 간 기증자(C 씨)를 찾게 되자 기증자에게 1억5000만원을 주기로 약속한 혐의로 기소됐다.

B 씨는 기증자 C 씨(여)에게 "간을 기증하면 현금 1억원을 주고 아들과 함께 A 씨 회사에 취업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했고 C 씨가 이를 승낙했다.

친족이 아닌 사람이 장기를 기증하려면 장기 매매 혐의가 없음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C 씨는 A 씨의 아내 행세를 하며 병원에서 장기기증 검사를 했다. C 씨는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으로부터 장기이식 대상자 선정 승인을 받자 같은 해 3월 장기 적출 수술을 위해 입원하게 했다.

그러나 C 씨가 코로나19에 걸리게 되면서 장기 적출 수술이 연기됐고, A 씨 아내 행세를 한 사실까지 발각되면서 수술이 취소됐다. A 씨 아버지는 같은 해 7월 숨졌다.

A 씨는 C 씨를 자기 아내인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주민등록증 사본을 위조하고 이를 촬영해 병원의 장기기증 담당 직원에게 제출한 혐의도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4촌 이내 인척이 아니면 장기 이식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도 금전 등 반대급부를 주겠다면서 자기 아버지에게 간 이식을 해줄 사람을 찾아봐 달라고 교사해 죄질이 좋지 않다"며 "아버지를 살리겠다는 마음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범행이 발각돼 실제로 장기매매가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C 씨 역시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돼 벌금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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