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니] 법원이 월례비를 임금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뉴스데스크]
◀ 기자 ▶
정부가 올 초부터 건설 현장의 불법행위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죠.
그 중 대표적인 게 하청업체가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추가 작업에 대한 수고비 성격으로 매달 줘온 '월례비'입니다.
[원희룡/국토교통부 장관(지난 2월)] "오늘 이후부터 월례비 수수 건에 대해서는 계도기간을 거쳐 3월부터는 즉시 자격정지 조치를 취한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그런데 이런 정부 정책과 달리 월례비에 사실상 임금의 성격이 있다는 판결이 지난주 대법원에서 확정됐습니다.
그러자 국토부가 법원이 임금으로 판단한 게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뭐가 맞는 건지, 팩트체크 <알고보니>에서 따져봤습니다.
◀ 리포트 ▶
한 철근 콘크리트 공사업체는 3년 전 어쩔 수 없이 기사들에게 월례비를 줘왔다며, 이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이에 대해 1심과 2심 모두 기사들이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고, 지난주 대법원도 이를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 판결 이틀 뒤 국토부가 이런 설명 자료를 내놓았습니다.
"법원은 월례비를 임금으로 판단한 바 없다"는 겁니다.
◀ 기자 ▶
어떻게 된 건지 국토부가 지목한 2심 판결문 보겠습니다.
일단 이 소송의 쟁점은 '월례비가 부당이득이냐? 아니냐?'였기 때문에, '임금이 맞냐?'를 따진 재판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 판결문의 '판단' 항목에 이런 부분이 나옵니다.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월례비는 사실상 근로 대가인 임금의 성격을 가지게 되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하청업체가 공사를 따낼 때 애초에 입찰 금액에 월례비를 반영했고 업체들끼리 그 액수도 통일해 왔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국토부 말대로, '임금이다'라고 정의내리지는 않았지만 '임금의 성격이 있다'라고 분명히 명시한 거죠.
이 점은 무엇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지난 2월 브리핑에서 직접 언급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원희룡/국토교통부 장관 (지난 2월)] "'노사 간에 암묵적인 관행으로 합의가 있었다고 보여진다. 그렇다고 한다면 이것은 임금으로 볼 여지가 있다'라는 판결을 냈습니다."
◀ 리포트 ▶
또, 국토부는 대법원이 구체적인 심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임금으로 판단한 게 아니라는 주장도 했는데요.
대법원이 2심 판결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면 재판이 진행됐을 거라는 점에서 판단 자체가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국토부는 월례비가 임금으로 여겨질 경우, 건설노동자 단속의 정당성을 잃게 되는 걸 우려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법원이 월례비에 대해 '임금의 성격이 있다'고 본 그 취지는 외면한 채 '임금이라고 하지 않았다'고만 주장하는 건 책임 있는 자세라고 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알고보니 이준범입니다.
영상편집 : 남은주 / 자료조사 : 박호연, 박호수 / CG타이틀 : 이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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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편집 : 남은주
이준범 기자(ljoonb@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501253_361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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