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양평 고속도로 백지화 철회하고 ‘변경’ 의혹 진상 밝히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변경된 종점지 일대에 윤석열 대통령 처가 일가가 토지를 보유한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 불거졌다. 원희룡 장관은 지난 6일 사업 전면 중단을 선언하며 “김건희 여사 땅이 그곳에 있다는 걸 사전(종점 변경 이전)에 알았다면 정치 생명을 걸겠다”고 한 바 있다. 원 장관이 이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면 의혹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지난해 10월6일 국정감사에서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 김 여사 땅의 지가 상승 문제를 지적했다”면서 “당시 원 장관은 ‘확인해보겠다’고 했다”고 했다. 국토부가 지난 5월 새 도로 종점지로 결정한 강상면은 김건희 여사 일가의 부동산 보유지다. 그런데 원 장관은 노선 변경 전에 강상면이 김 여사 일가 부동산 보유지임을 몰랐다고 했다. 가짜뉴스 때문에 사업을 접는다면서 장관직은 물론 정치생명까지 걸겠다던 원 장관의 해명이 이토록 허술하다는 것이 믿기 어렵다.
노선 변경을 둘러싼 논란 초기만 해도 ‘전면 재검토’하겠다던 원 장관이 1주일 만에 사업 자체를 중단하겠다는 ‘무리수’를 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정치권에서 권력에 대한 의혹제기는 일상다반사이고, 의혹이 근거 없다면 사실관계를 들어 반박하면 될 일이다.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1조8000억원의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국책사업을 주무장관이 일방적으로 중단해도 되는가. 권력에 대한 충성을 위해 행정을 볼모로 잡아도 되는 것인가. 아니면 사업 백지화를 지시한 ‘몸통’이 따로 있는 건가.
애초 의혹은 예비타당성조사(예타)까지 마친 고속도로의 종점이 김 여사 일가의 부동산 근처로 바뀐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고 이를 국토부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니 커진 것이다. 야당 의원들이 이를 문제 삼지 않는다면 오히려 직무유기다. 그런데도 정당한 문제제기에 ‘가짜뉴스’ 프레임을 씌워 공격하는 여당의 태도는 매우 부적절하다.
양평군 주민들이 고속도로 건설사업의 조기 정상화를 위해 범군민대책위를 꾸리기로 했다고 한다. 국민의힘에서도 사업 재추진을 정부에 건의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여당은 조속히 백지화를 철회하고 원안대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원 장관은 극단적인 돌출행동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한다. 국정을 이토록 가볍게 여기는 정치인 장관이 더 이상 나와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사업을 백지화하든, 재추진하든 의혹은 사라지지 않는다. 종점지가 변경된 경위, 사업 백지화 선언 이유 등 의혹들은 낱낱이 규명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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