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억 들인 체육관이 "비만 오면 빗물이 줄줄"

◀앵커▶

119억 원의 막대한 예산을 들인 공공 체육관이 비만 오면 빗물이 줄줄 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사용하는 체육시설을 내세워 백억 이상의 예산을 집행한 건데요, 

운영 첫해부터 하자가 속출하고, 장애인을 위한 필수시설조차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누구를 위한 체육관 건립이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자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장맛비가 내린 오늘(7일), 부안군의 한 체육시설에 들어가 봤습니다. 

천장 곳곳에서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상황, 직원이 나와 황급히 밀대로 바닥을 닦습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짙은 회색빛을 띠며 물기에 젖어있고, 물때가 끼어 새카맣게 변한 곳도 있습니다. 

비가 내릴 때마다 물통을 꺼내 놓아야 하는 형편입니다.  

[A 씨 / 체육센터 이용객]

"물이 찰랑찰랑했죠. 근데 지금 쓰레기통 돼 있었는데, 다 채웠고 그런 상태고. 지금 심각하죠.

알고 보니 이곳, 부안군이 지난 2020년부터 국비와 도비 119억 원을 들여 건립한 반다비체육센터로 지난 3월 정식 운영에 들어간 곳입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함께 쓰는 전라북도내 최초 체육시설로 하루 평균 100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하지만 운영 첫해부터 곳곳에 누수가 발생해 불만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위탁 업체 관계자]

"수시로 나가면서 치우고 있고. 미끄럽다 보니깐, 바닥이."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정자형 기자]

"장애인 단체들이 입주해 있는 공간입니다. 장애인들의 방문이 잦은 곳인데도 손잡이나 점자블록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B 씨 / 체육센터 이용객]

"시각장애인들이 잡고 다닐 수 있는 봉도 하나도 안 해놨어요. 장애인들한테 배려가 없는 건물이예요."

부안군은 겨울에 공사를 하다 보니 외벽 마감재가 굳지 않고 떨어져 나가 누수가 발생했다며  어제(6일)부터 부랴부랴 보수 공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과 손잡이는 심사 당시 지적 사항은 아니어서 문제가 없는 줄 알았다며 예산을 확보해 추후 설치하겠다는 해명입니다. 

[부안군 관계자]

"배리어프리(BF) 관련없이 사용상 문제점으로 시범운영 기간에 파악돼서 조치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곳에서 체육을 즐길 수 있다며 120억 가까운 돈을 들인 반다비체육센터. 

허술한 공사 관리에, 개관만 서둘렀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MBC뉴스 정자형입니다. 

영상취재: 정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