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주민들 “10년 넘게 기다렸는데…” 고속도로 백지화에 분통

조영달 기자 2023. 7. 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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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고속도로를 10년 넘게 하염없이 기다렸는데 백지화라니.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7일 오후 경기 양평군 강상면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주민 A 씨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 사업이 백지화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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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에 대해 전면 백지화를 발표한 7일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국도 6호선 일대에 ‘양평군민만 피해 본다’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하남시 감일동에서 양평군 양서면으로 이어지는 총 연장 29㎞의 도로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2021년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 하지만 지난 5월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결정 내용 공개 과정에서 기존 양서면 종점안이 아닌 강상면 일대로 변경된 것이 확인돼 논란이 일었다. 변경된 노선의 종점 부근에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이 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특혜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2023.7.7/뉴스1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고속도로를 10년 넘게 하염없이 기다렸는데 백지화라니….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7일 오후 경기 양평군 강상면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주민 A 씨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 사업이 백지화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10년 넘게 기다려온 지역 숙원사업이 정치권 공방 때문에 한순간에 무산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2008년부터 추진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이 최근 가시화되면서 지역 발전에 대한 기대와 희망에 부풀었던 주민들은 이날 허탈감을 넘어 분노를 표출했다. 국토부의 고속도로 노선 변경안에 포함됐었던 병산리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신모씨(63)는 “주말에 차가 하도 막히니 예약한 손님들도 못 오겠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오죽하면 팔당댐에 선박장이라도 만들자고 주민들끼리 얘기할 정도”라며 “우리의 숙원 사업이 한순간에 무너졌다”고 했다.

복덕방을 운영하는 노모 씨(71)도 “지금은 잠실까지 20㎞ 거리가 1시간 넘게 걸리는데, 고속도로가 들어왔으면 25분이면 충분했을 것”이라며 “장관 말 한마디로 하루 아침에 백지화가 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주민 이모 씨(70)는 “우리 마을에 70~80년 산 어르신들도 이 일대 땅이 김 여사와 관련됐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정치권 사람들이 국민의 편익 시설을 갈취하고 훼방을 놓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양평군과 주민들은 조직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양평군은 이날 오전 오전 전진선 군수와 12개 읍면 이장협의회장 등이 참석한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이장협의회장들은 범군민대책위원회를 꾸린 뒤 백지화 반대 10만 명 서명 운동과 국민청원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양평군의회도 이날 임시회를 열고 백지화 철회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재적 의원 7명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 5명만 참여했고, 더불어민주당 의원 2명은 불참했다.

특히 일부 주민들은 ‘상경 투쟁’을 주장하고 있어 반발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농민 이모 씨(65)는 “강상면 주민들은 주말에 응급환자가 생기면 그냥 죽어야 한다. 읍내 병원까지 가는데 1시간은 족히 걸린다”며 “서울에 가서 규탄시위를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전 군수는 이날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가짜뉴스가 상상하기도 어려운 결과를 초래했다”며 “정치적 쟁점화를 중단하고 국토부는 사업 전면 중단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페이스북을 통해 “너무나 안타깝고 한심스럽다”며 “오랜 기간 준비한 정책을 장관의 감정적인 말 한마디로 바꾸는 것 자체가 ‘국정 난맥상’”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양평=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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