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놀이 다녀온 아이, 계속 귀 긁는다면 ‘외이도염’ 의심

김태훈 기자 2023. 7. 7.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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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바퀴~고막 통로 감염돼 염증
치료제로 통증 조절…청결 유지
면봉으로 닦지 말고 잘 말려야
정상적인 고막과 귓구멍 속 외이도의 피부(왼쪽)와 달리 급성 외이도염이 생긴 귀에는 피부가 벗겨지고 붉게 변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노원을지대병원 제공

여름철 수영장이나 물놀이장에 다녀온 뒤 귀가 가렵다면 외이도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의사소통을 정확히 하기 어려운 유아가 물놀이 후 귀를 긁는다면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진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병원을 찾을 정도로 심한 가려움증이 귓구멍 속에 생기면 급성 외이도염일 가능성이 크다. 외이도염은 귓바퀴에서 고막에 이르는 통로인 외이도에 염증이 생긴 것으로, 원인은 세균이나 진균에 의한 감염이다. 외이도염은 간단한 문진과 함께 이경으로 귓속을 들여다보는 검사를 거쳐 진단한다. 안용휘 노원을지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어린이는 급성 중이염이 있을 때도 고막이 터지면서 고막 안쪽 고름이 귓구멍 쪽으로 새어 나와 가려움증이 생길 수 있다”며 “외이도염만 있는지 중이염이 동반되었는지는 증상만으로 구분하기 어려우므로 전문의의 진료를 통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순 외이도염이라면 치료제로 통증을 조절하고 외이도를 청결히 하는 것이 우선이다. 귀 안으로 항생제가 함유된 물약이나 염증을 가라앉히기 위한 스테로이드 성분 용액을 정량 넣으면 된다. 이와 함께 외이도에서 분비물과 피부 괴사물 등을 조심스럽게 제거하고 산성 용액으로 세척해 적정 산성도(pH)를 되찾아주는 치료법도 병행한다. 정상적인 외이도에는 pH 6.0 정도의 산성 보호막이 있어 균 증식을 억제하고, 피부의 지속적인 탈피와 귀지의 움직임으로 자연 세척이 이뤄진다. 그러나 수영장 물이 귀에 들어간 뒤 면봉을 사용하는 등 염증 방어 기능을 떨어뜨리는 행동이 이어지면 정상 산성도를 회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평소 외이도염을 예방하려면 면봉으로 외이도를 닦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면봉으로 귀 안을 후비는 행동은 외이도 피부를 약하게 해 외이도염이 잘 생기는 환경을 만들기 때문이다. 소량의 물기는 자연히 증발해 마르도록 놔두는 것이 가장 좋다. 귀가 답답할 정도로 물이 많이 들어갔다면 그쪽 귀를 바닥 방향으로 해 털거나 콩콩 뛰는 방법, 약한 드라이어나 선풍기 바람으로 말리는 방법도 있다.

외이도염은 대부분 3~7일 이내로 호전되지만, 염증이 외이도를 벗어난 것으로 의심된다면 뇌 기저부 골수염 감별을 위해 방사선 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 안용휘 교수는 “처음에는 가벼운 가려움증으로 시작했지만 귓구멍을 자꾸 긁어 피부 외상이 일어나면 염증이나 피부 손상이 더 심해진다”며 “그 결과 진물과 가려움증을 더욱 유발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면서 만성 외이도염으로 진행되는 예도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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