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단도 운동도 놓칠 수 없는 당뇨 환자의 여름나기
30세 이상 6명 중 1명 ‘당뇨’…소변 배출 과정서 수분·당 빠져나가 갈증 나고 식욕 증가
설탕 든 음료수 대신 레몬 띄운 홍차 권장…여행지서 섭취 열량 미리 계산하고 서늘한 저녁 운동을
국내 30세 이상 성인 6명 중 1명은 당뇨병 환자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2012년 12.4%였던 당뇨병 유병률은 2020년 16.7%로 증가했다. 당뇨병은 그만큼 흔한 병이 됐는데 평소 규칙적인 생활습관으로 혈당을 관리하지 않으면 심각한 증상 악화와 합병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특히 더운 여름철에는 입맛을 잃거나 열대야와 휴가 등의 이유로 생활 리듬이 흐트러지기 쉬워 환자들이 주의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
당뇨병은 혈당이 일정 수준 이상을 오래 지속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8시간 이상 공복 후 채혈한 혈당이 126㎎/dℓ 이상이거나 3개월간 평균 혈당 수치를 나타내는 당화혈색소가 6.5%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당뇨병은 대표 증상인 다음·다뇨·다식 때문에 흔히 ‘삼다증’이라고 부른다. 혈당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상승하면 소변으로 배출되는데, 이 과정에서 수분도 함께 배출하기 때문에 소변량이 증가한다. 이처럼 수분이 빠져나가면 탈수가 일어나 갈증이 나고 찬물을 찾게 된다. 또 혈당이 모두 소변으로 빠져나가므로 식욕은 증가하면서 체중은 감소하는 증상도 나타난다.
삼다증은 일반적으로 공복혈당 수치가 당뇨병 진단 기준보다 상당히 높은 180~250㎎/dℓ 이상일 때 나타난다. 즉 웬만큼 혈당이 높기 전에는 증상이 없어서 스스로 고혈당 여부를 알아채기 어려운 것이다. 곽수헌 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비만, 가족력 등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은 매년 병원에서 당뇨병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를 시행하는 것을 권장한다”며 “당뇨병이 있는 사람은 자가혈당측정기를 사용해 혈당을 모니터링하고 정기적으로 병원 진료를 받아서 당화혈색소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기온이 높고 휴가철도 끼어 있는 여름엔 당뇨병 환자들이 식단을 짜고 운동계획을 세울 때 어려움을 겪기 쉽다. 한여름 무더위는 입맛을 잃게 하거나, 당분이 많이 함유된 음료수나 과일 등을 당기게 한다. 입맛을 잃지 않으려면 다양한 식단 변화를 시도하고, 조금씩 자주 먹되 규칙적으로 식사하는 것이 좋다. 여름에 잘 맞는 냉콩국수나 냉채 등은 입맛을 살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고, 목이 마를 땐 설탕이 든 음료수 대신 얼음물이나 레몬을 띄운 홍차·녹차로 갈증을 달래는 게 좋다. 또 휴가를 맞아 떠난 여행에서 외식을 할 때는 섭취 열량을 미리 계산할 필요도 있다.
운동 역시 조절이 필요하다.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지치고 땀을 많이 흘려 탈수가 오기 쉬우므로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이른 아침이나 서늘한 저녁에 운동하는 것을 권장한다. 곽수헌 교수는 “다만 인슐린을 투여하거나 인슐린 분비 촉진제를 복용하는 경우, 아침 식사 전 공복 운동을 하면 혈당이 급격히 떨어지는 저혈당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뇨병의 합병증으로 걸릴 수 있는 ‘당뇨병성 족부병변’을 예방하기 위한 준비도 필요하다. 일명 ‘당뇨발’로 불리는 이 합병증은 발에 난 상처가 잘 낫지 않고 심할 경우 썩는다. 맨발로 물놀이를 즐기는 경우가 많고 습한 날씨 때문에 발 위생 관리가 어려울 수 있으므로 당뇨 환자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외출 시 샌들이나 슬리퍼보다는 운동화를 착용해 발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보호하고, 가급적 흰색 양말을 신어서 상처를 바로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인슐린 주사를 직접 맞는 1·2형 당뇨병 환자라면 인슐린이 고온에 오랫동안 노출돼 변질할 우려가 있으니 자동차 안에 두지 말고 서늘한 곳에 보관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 휴가를 갈 때도 복용하는 당뇨약과 인슐린 주사제, 혈당측정기를 챙겨 평소와 다름없이 혈당 수치를 점검하고 투약 일정을 지켜야 한다. 곽수헌 교수는 “장시간 운전을 하거나 운동할 계획이 있으면 저혈당에 대비하기 위한 간식을 준비하고, 해외로 여행을 갈 땐 진단서 등을 미리 챙겨야 한다”며 “인슐린 주사 치료를 하는 사람은 주삿바늘이 모자라지 않도록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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