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깜빡하는 건망증…인지능력도 저하되는 치매[톡톡 30초 건강학]

기자 2023. 7. 7.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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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둔 곳을 깜빡하거나 어제 먹은 저녁 메뉴가 생각나지 않으면 단순 건망증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러한 빈도가 높다면 치매가 아닌지 걱정할 수 있다. 증상만 놓고 보면 초기 치매와 건망증은 비슷해 보이지만 이 둘은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치매를 앓는 환자는 매년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치매 환자는 2018년 51만명에서 2021년 60만명으로 늘어났다. 보통 70세 이상에서 발병하지만 50~60대 중년층에서도 치매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치매는 여러 지적 기능이 저하돼 가족 등이 많은 고통을 겪는 질환이다.

나이가 들어 깜빡하는 것은 치매가 아니다. 건망증은 어떤 사건이나 사실을 기억하는 속도가 느려지거나 일시적으로 기억하지 못하는 증상이다. 즉 어떤 사실을 잊었다가 귀띔을 해주면 금방 기억해 내는 현상으로 정상인에게도 흔히 발생한다. 다만 증상이 갈수록 심해지거나 다른 판단력이나 사고력의 저하가 동반될 때는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단순 기억장애에서 치매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억장애는 치매의 증상 중 하나다. 이름, 전화번호 등을 기억하기 힘들거나 가스 불 위에 음식을 올려둔 것을 잊어버려 태우곤 한다.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몰라 찾아 헤매기도 한다. 치매 증상은 기억장애 외에도 하고 싶은 말이나 표현이 금방 떠오르지 않고 물건 이름이 잘 생각나지 않는 언어장애, 방향감각 상실 등이다. 초기에는 낯선 곳에서 길을 잃는 경우가 나타나다가 증상이 진행되면 집 안에서 화장실과 안방을 혼동하는 경우가 나타난다.

건망증은 일반적으로 기억력 저하를 호소하지만, 지남력과 판단력은 정상적이어서 일상적인 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 건망증은 전체 사건에 대해서는 잘 기억하고 사건의 세세한 부분만 잊는다. 그리고 귀띔을 해주면 사건 전체에 대해 금방 기억한다. 반면 치매는 전체 사건에 대해서도 기억하지 못하고, 대화했다는 사실 자체를 잊는 등 귀띔을 해줘도 기억하지 못한다.

치매는 초기에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으며 기억력 등의 인지장애가 먼저 나타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일상에 지장이 발생해 직업을 유지하거나 집안일을 하는 데 어려움이 생긴다. 질환이 더 진행하면 배회, 화를 냄, 불면 등 다양한 행동 증상이 나타난다. 계산을 못하거나 길을 못 찾거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등 전반적인 인지능력이 떨어지면 치매를 의심해야 한다. 치매의 조기 진단이 중요한 이유는 적절한 치료를 통해 증상 호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망증은 나이와 성별에 무관하게 나타날 수 있고, 기분장애 등 정신건강의학과적 질환으로 정서적 어려움을 겪을 때, 나이가 드는 정상적인 노화 과정에서도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위에 언급한 원인과 상관없이 나이가 들수록 건망증이 점점 더 심해진다면 치매를 유발하는 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

치매의 초기 증상은 의심하지 않으면 노화에 의한 자연스러운 증상으로 오해해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치매 환자들이 갖는 초기 증상을 염두에 두었다가 의심이 된다면 신경과 전문의를 가능한 한 빨리 찾고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권경현 세란병원 신경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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