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옥살이하면서 세비는 꼬박꼬박
"장은 밑천과 수입을 모두 탕진하고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갔노라."
프랑스가 자랑하는 시인이자 우화 작가 장 드 라퐁텐의 묘비에는, 자신이 빈털터리 신세인데도, 시간의 절반은 잠을 자고 나머지 절반은 하는 일 없이 빈둥거렸다는 익살 섞인 조롱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론 '우화 선집' 등 불세출의 작품을 남겼으니 결코 무위도식했다고 할 수 없죠.
그런가 하면 당나라 현종 때 국정을 맡았던 노회신은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반식재상(伴食宰相).
너무 무능한 나머지 '자리만 차지하고 밥이나 먹는 재상'이라고요.
"이제 출근 안 하고, 일 안 하면, 월급도 안 받는 것이 상식이고 양심이라는 것을 우리도 깨달아야 합니다."
여당 대표가 내건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 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 제도 도입,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 '정치 쇄신 3대 과제'는 언제쯤 지켜질까요?
국민의힘 정찬민 의원은 제3자 뇌물 수수 등 혐의로 구속된 상태에서, 15개월째 매월 천300만 원씩 2억 원 가까운 세비를 받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으로 당선 무효형을 받은 이상직, 정정순 전 의원 역시 각각 10개월, 5개월에 달하는 구속 기간 내내 세비를 챙겼죠.
근로자들은 이미 의원들이 만든 법에 따라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받고 있는데 말이죠.
이번 국회에서만 '무노동 무임금' 관련 법안은 6건이나 발의됐지만 논의조차 되지 않은 걸 보면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게 맞을 겁니다.
스스로 의원직 사퇴를 하지 않거나 받은 세비를 반납하지 않는 이상, 법안 발의는커녕 상임위 출석, 본회의 투표 등 의정 활동을 전혀 하지 않더라도, 구속된 상태라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될 때까지 세비는 유류비까지 다 지급되거든요.
그런데도 '국회의원 특권 폐지 국민운동본부'가 특권 폐지를 묻자, 일부 중진 의원들은 '우리가 무슨 특권이 있는데'라고 되물었다니.
국회의원에게 서민 코스프레는 선거 기간뿐이란 말이 와닿을 뿐입니다.
의원님들도 아실 겁니다. 지금 국민들의 국회를 향한 분노가 얼마나 큰지, 그래서 그렇게, 내년 총선을 걱정하는 거 아니십니까.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옥살이하면서 세비는 꼬박꼬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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