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찾은 미 재무장관 “건전한 경쟁 추구, 소통 활성화 원해”
중국을 방문한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7일 리창(李强) 중국 국무원 총리를 만나 양국간에 보다 정기적인 소통 채널이 활성화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변화특사도 조만간 중국을 방문하기로 하는 등 한동안 단절됐던 미·중간 고위급 대화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다만 옐런 장관은 방중 일성으로 중국의 광물 수출 통제와 불공정한 경제 관행, 미 기업 제재 등에 대해 우려를 표했고, 중국 정부는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미국의 행동을 촉구하며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미국 재무부는 옐런 장관이 이날 베이징에서 리 총리를 만나 “미국은 승자독식의 방식이 아닌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되는 공정한 규칙에 기반한 건전한 경쟁을 추구한다”며 “이번 방문을 계기로 양국간 보다 정기적인 소통 채널이 활성화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옐런 장관은 이어 “미국은 특정 상황에서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한 행동을 추구할 필요가 있고, 우리는 그것에 대해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어떤 의견 불일치도 양국의 경제·금융 관계를 불필요하게 악화시키는 오해로 이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리 총리가 세계경제포럼 연설에서 차이가 불화의 원인이 돼서는 안 되고 더 많은 소통과 교류의 원동력이 돼야 한다고 말한 것에 동의한다”며 “양국 사이에는 협력하고 리더십을 보여줄 의무가 있는 중요한 글로벌 도전들 있다”고 덧붙였다.
옐런 장관은 전날 3박4일 일정으로 취임 후 처음 중국을 방문했다. 그는 방중 기간 자신의 카운터파트인 허리펑(何立峰) 부총리와 류쿤(劉昆) 재정부장 등을 만나 양국간 경제·무역 관계에 대한 포괄적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본격적인 고위급 경제 대화에 앞서 중국 경제를 총괄하는 리 총리를 만나 글로벌 도전 과제에 대한 협력과 소통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옐런 장관은 본격 회담을 앞두고 중국의 경제 관행 등에 대한 우려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이날 리 총리 면담에 앞서 베이징에서 미 기업인들을 만나 “미국은 중국과 건전한 경쟁을 추구하지만 건전한 경쟁은 그 경쟁이 공정할 때에만 지속 가능하다”며 “나는 중국이 국내 기업에 대한 보조금 확대 같은 비시장적 도구를 사용하고 외국 기업의 시장 접근에 장벽을 두는 것 등에 대해 우려를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특히 최근 몇 달 동안 미국 기업들에 대해 취해진 가혹한 조치를 걱정하고 있다”며 “또한 반도체와 같은 기술에 사용되는 두 가지 중요한 광물에 대한 중국의 새로운 수출 규제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맞서 중국 정부도 옐런 장관 방중과 관련해 지난해 양국 정상간 합의 이행과 소통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미국의 실제적인 행동을 촉구하며 기선 제압을 시도했다. 중국 재정부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옐런 장관 방중은 지난해 정상회담에서의 중요 합의를 이행하고 양국 재정·금융 분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라며 “우리는 미국이 실제 행동을 통해 양국 경제·무역 관계의 건강한 발전과 상호 이익을 달성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조성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미 무역 관계의 본질은 상호 이익과 윈윈이라며 무역 전쟁과 디커플링(탈동조화)에는 승자가 없다”고 강조했다.
옐런 장관은 오는 8일 허 부총리, 류 부장과 회담을 이어가며 양국 경제·무역 관계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도 옐런 장관은 이날 제기한 중국에 대한 여러 우려를 표명하고, 중국 측도 미국의 대중 고율 관세 문제 등에 대한 요구를 전달하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양측은 이번 회담에서 양국간에 쌓여 있는 우려와 불만을 일시에 해소하기 보다는 지속적인 고위급 교류와 소통을 통해 양국 관계를 관리해 나가는 데 방점을 찍고 회담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존 케리 미 기후변화특사가 조만간 중국을 방문 하기로 하는 등 각 분야에서 양국간 대화 기류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케리 특사가 오는 16일을 전후한 시점에 중국을 방문해 셰전화(解振華) 기후변화 특별대표 등 중국 등 고위 관료들을 만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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