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자라면 1000만원에 팔린다”…키우고 보니 ‘다른 녀석’ 어쩌나

김정석 기자(jsk@mk.co.kr) 2023. 7. 7.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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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만 원 차이 나는 변종 속여 사기
유전자 검사로도 판별 힘들 때도
고가의 파충류 밀수하다 적발되기도
환경부는 파충류 백색목록 구축중
파충류 ‘화이트리스트’ 반대 움직임도
환경부 [출처=연합뉴스]
#직장인 A씨는 지난 5월 230만원을 주고 ‘크레스티드 게코(볏도마뱀붙이)’ 한 마리를 분양받았다. 당시 그가 분양받은 새끼는 ‘릴잔틱’이라고 불리는 변이종으로 번식이 가능한 성체의 경우 1000만원을 호가한다. 한 달이 지나고 성장한 볏도마뱀붙이는 생김새가 ‘릴잔틱’에서 멀어졌고, 파충류 전문가는 A씨의 볏도마뱀붙이가 ‘릴잔틱’이 아니라 가격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아진틱’ 변종일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A씨는 “판매자에게 환불을 요구했으나 그마저도 거절당했다”며 “변호사들과 상담을 받고 있으며 조만간 경찰서에 사기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할 예정”이라고 토로했다.

코로나19 특수로 풍선처럼 부풀었던 파충류 시장의 병폐가 점차 드러나고 있다. 팬데믹 기간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여유자금이 생기면서 ‘파충류 재테크’에 뛰어든 이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사기 등 각종 범죄도 함께 늘고 있다.

파충류 산업계에서 일어나는 범죄 대부분은 변종이나 성별을 속이는 형태의 사기다. 팬데믹 시기에 파충류 재테크 열풍을 불러일으킨 볏도마뱀붙이의 경우 변종과 성별에 따라 작게는 수백만 원, 크게는 수천만원까지 가격이 달라진다. 그런데 볕도마뱀붙이는 새끼일 때 변종과 성별 판별이 어려워, 이 틈을 이용하는 사기 행각이 횡행하는 것이다. 또한 일부 변종의 경우 유전자 검사를 통하더라도 판별이 어려워 법률대응조차 어려운 사례도 있다. 파충류애호가 B씨는 “어릴 때 외형으로 변종 형질이 나타나지 않는 종류가 많아 이를 악용하는 범죄자들이 있다”며 “볏도마뱀붙이는 유전자 검사로 변종 유무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분양을 받을 때 개체의 부모 사진을 철저히 검증하고 환불 규정을 꼼꼼히 확인하는 대응책도 있지만, 물건이 아닌 생물을 거래하다 보니 이마저도 완벽하지 않다. 파충류 숍을 운영하는 B씨는 “분양받은 뒤 성체로 키웠을 때 다른 변종임이 드러날 경우 같은 변종의 성체로 교환해주는 것 외에는 마땅한 환불 방법이 없다”며 “돈 벌기 급급해 모든 개체를 판매해버려서 교환할 개체가 남아있지 않으면 구매자가 환불을 요구하더라도 대응할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변종 가격은 시시각각 변할 뿐만 아니라 키우는 데 들어간 시간이나 먹이 등 비용을 정량적으로 산출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파충류 산업이 커지면서 고가의 파충류를 밀수하다 적발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올해 적발된 파충류 밀수 건수는 5건이다. 양서파충류협회 이태원 회장은 “외국에서는 저렴한데 국내에서는 특정한 요건으로 인해 가격이 비싼 파충류의 경우 관세를 피하기 위해 몰래 들여오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파충류산업에 뛰어들기 위해 파충류 관리 자격증에 응시하는 수는 올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한국양서파충류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양서파충류 관리사 3급 자격증에 응시한 인원은 총 248명으로, 하반기 응시인원이 상반기보다 더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 한해 응시인원은 400명을 거뜬히 넘길 가능성이 크다. 2018년 응시자 78명으로 시작한 양서파충류 관리사 3급 자격시험은 2019년 응시인원 80명에서, 이듬해 기존의 최대치인 응시인원 310명을 기록했다.

한편 정부는 수입·반입을 허용하는 ‘화이트리스트’ 파충류 목록을 구축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수입과 반입을 금지하는 특정 파충류를 ‘블랙리스트’로 관리해왔다면 앞으로는 화이트리스트에 들어간 파충류 외에는 모두 수입과 반입을 관리하는 엄격한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움직임이다. 서울연희전문학교 반려동물학과 문대승 교수는 “화이트리스트는 지나치게 안일한 정책으로 오히려 국내 희귀동물 산업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며 “밀수가 엄청나게 늘어날 가능성도 있어 환경부는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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