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10구단'행 김민욱 "다들 바보라 했지만…잘 될 줄 알았어"
김승기 감독과 재회 원하는 함준후 "딸에 코트 위 모습 보여주고파"
(고양=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고양 데이원이 부실한 경영으로 지탄받으면서도 그래도 명색이 프로농구 구단이라고 인정받기는 했던 지난 5월.
김민욱이 이 문제의 팀에 제 발로 찾아왔다.
데이원과 첫해 보수 총액 2억원에 3년 계약을 맺은 신장 205㎝의 베테랑 빅맨 김민욱의 행보에 농구 관계자, 팬들은 의문을 표했다.
당시 데이원을 둘러싼 불길한 징조가 너무 많았다.
선수들은 월급이 밀렸고, 협력업체는 대금을 받지 못했으며 운영 법인 데이원스포츠는 필사적으로 구단에 자금을 댈 후원 기업을 찾아 나서고 있었다.
KBL은 결국 구단을 운영할 역량이 없다는 판단에 데이원스포츠를 프로농구에서 쫓아냈다.
여기까지만 보면 김민욱은 굳이 '낙동강 오리알' 신세를 자처한 셈이었다.
"나보고 주변에서 바보라고 했어요. 불구덩이, 이미 한번 망한 곳에 왜 들어가느냐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7일 오후 경기도 고양체육관 보조경기장에서 만난 김민욱은 막 웨이트 트레이닝을 끝낸 터라 전신이 땀투성이였다.
김민욱은 "난 주저 없이 이 팀을 선택했다. 감독님, 코치님을 봤다"며 "'감동 캐롯'이라는 말이 있었지 않나. 내가 임금 체불을 겪은 건 아니지만, 5개월간 급여가 없는 환경 속에서 동기부여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데도 열심히 뛰는 선수들을 봤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나도 그런 팀에 가서, 그 선수들과 함께 뛰면 너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김민욱은 자신만의 '직관'을 바탕으로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KBL 10팀 체제가 유지될 것이라는 나름의 판단에서 거침없이 데이원으로 향했다는 거다.
김민욱은 "프로 초기부터 어떻게든 10팀 체제가 이어졌다. 난 분명히 잘 풀릴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감독, 코치님을 보고 팀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이같은 김민욱의 직관은 제대로 들어맞았다.
KBL이 7일 오전 대명소노그룹의 지주사인 소노인터내셔널을 새로운 10구단 후보 기업으로 지정, 본격적인 창단 관련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소노는 다음 주 KBL에 신규 회원 가입을 위한 서류 등을 제출할 예정이고, KBL은 검증 작업 등을 거친 뒤 21일 이사회와 총회를 열어 승인 여부를 정한다.
특별한 반전이 없다면 KBL 10팀 체제가 이어질 전망이다.
사실 이런 '선견지명' 뒤에는 농구에 대한 절박함이 숨어 있었다.
'정말 현 상황을 예상한 게 맞냐'고 집요하게 묻자 김민욱은 자신의 결단이 '도박'이었다고 인정했다.
도박수를 던질 만큼 출전 시간을 원했고, 한 명의 선수로서 코트에서 뜻을 펼칠 기회를 받고팠다.
김민욱은 "솔직히 말하면 나도 현실적인 부분을 많이 따지는 사람이다. 이 팀 말고도 자유계약선수(FA) 신분 때 제안이 왔는데, 그 팀은 운영상 문제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팀에 가는 게 가장 적절했을 거다. 그래도 난 모험해보고 싶었다. 내 인생의 전환점을 원했다. 그런 기회가 찾아오길 바랐다"고 했다.
프로 무대에 입성한 지 10년이 넘은 김민욱은 2022-2023시즌 수원 kt에서 정규리그 11경기 출전에 그쳤다.
김민욱은 "지난 시즌 이 팀이 4강까지 갔다. 여기서 팀원들이랑 잘해서 그 이상 올라가겠다"며 "이제는 내가 하기 나름"이라고 힘줘 말했다.
KBL에 따르면 소노는 선수 18명 모두를 데려가기로 했지만, 김승기 감독 등 데이원을 이끌었던 코칭스태프까지 다시 선임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김승기 감독과 재회할 것 같냐는 질의에 김민욱은 "그 부분도 잘 풀릴 거다. 선수들의 의지가 반영될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김민욱처럼 '기회의 땅' 데이원을 찾은 또 한 명의 선수가 함준후다.
2011년 프로가 된 함준후는 지난 시즌 안양 KGC인삼공사 소속으로 정규리그 5경기를 뛰는 데 그쳤다.
함준후는 "경기장에서 뛰고 싶다. 딸이 초등학교 1학년인데 코트에서 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선수 생활을 계속하고 싶었다"고 했다.
소노의 등장으로 비로소 '둥지'를 찾게 된 함준후도 김 감독과 재회를 원했다.
함준후는 "여기에 온 가장 큰 이유가 감독님이다. 감독님이 다시 오시길 바라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두 베테랑 포워드는 구단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소노인터내셔널에 호성적을 약속하면서 감사를 전했다.
함준후가 "올해 잘해보겠다. 인수하겠다고 한 기업에 좋은 선례가 되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하자 김민욱도 "소노가 정말 고맙다. 꼭 감사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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