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백병원 8월31일까지 진료…"백인제 박사 통곡할 일"(종합2보)

강승지 기자 2023. 7. 7.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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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모든 대안 실효성 없어…부지 매각은 별도 논의"
교수·노조·설립자 후손·동문 각자 반발…후유증 장기화
20일 서울 중구 서울백병원에서 열리는 폐원안에 대한 이사회에 항의하는 직원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23.6.20/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1941년 백인제외과병원으로 개원해 82년 역사를 지닌 서울 중구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이 8월31일까지 진료하고 9월1일 문을 닫는다.

병원은 7일 "지난 6월20일 진행된 인제학원 이사회에서 폐원을 의결한 뒤 각 부속병원 의견을 수렴하고 내부 논의를 거쳐 8월31일까지 환자를 진료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병원은 앞으로 원내 공지와 전화, 문자 메시지를 통해 외래 및 입원, 예약 환자를 대상으로 진료종료일과 진료, 각종 서류 발급 등을 안내하고 입원 환자의 타 병원 전원 등의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현재 수련 중인 인턴 7명은 인제학원의 형제 백병원(상계·일산·부산·해운대)이나 타 병원으로 이동을 적극 지원해 수련에 차질이 없도록 할 방침이다.

이밖에 사업체 검진, 임상 연구 등 진행 중인 사업도 형제 백병원으로 이관한다는 계획이다.

6일 오전 서울 서울 중구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2023.6.6/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1941년 백인제외과병원으로 문을 연 서울백병원은 82년 넘는 역사를 지녔다. 1946년 국내 최초로 민립 공익법인을 세웠고 1975년 서울 도심 유일한 종합병원으로 승격됐다.

1979년 인제대학교를 세운 학교법인 인제학원이 병원 경영도 맡아왔다. 그러나 2004년 이후부터 누적된 적자가 1745억원에 달하는 등 경영난을 겪었고, 법인은 6월20일 폐원을 결정했다.

인제학원은 이날 자료를 통해 "어떠한 형태로든 의료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외부 전문기관의 경영컨설팅을 받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종합병원 유지, 전문병원 전환, 검진센터 및 외래센터 운영, 요양병원 및 요양거주시설 등 모든 대안을 분석하고 논의했으나 실효성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병원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도심공동화와 주변 대형병원 경쟁 등으로 인해 이미 대학병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항변했다.

병원은 "중증 환자나 수술보다는 경증 환자 위주의 진료가 대부분이다. 올 3~5월의 평균 병상 가동률은 66.2%, 일평균 수술 건수는 9건에 불과했다"고 덧붙였다.

백병원 설립자인 백인제 박사의 둘째아들 백낙훤 씨가 20일 서울 중구 서울백병원에서 열리는 폐원안에 대한 이사회에서 참석하며 직원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2023.6.20/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시는 인제학원이 병원의 폐원 결정을 내리기 직전인 6월20일 오전 병원 부지를 의료시설로만 쓸 수 있도록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 중구는 11월까지 서울시에 서울백병원 도시계획시설(종합의료시설) 결정안을 입안해 제출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병원은 "서울백병원의 폐원은 전체 의료원의 생존과 발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지, 부지매각을 통한 수익 창출이 폐원의 목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병원은 "현재 부지와 관련해 그 어떤 논의도 진행되고 있지 않다. 추후 폐원 절차가 마무리되면 별도 논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병원은 어떻게든 창출된 재원을 전부 형제 백병원에 재투자해 환자들에게 최적의 치료, 더 좋은 의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병원 구성원들의 고용 유지를 위한 후속 조치도 이어가겠다며 형제 백병원의 경영 상황을 감안해 전보 조치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구체적인 폐원 시기까지 확정되면서 노조와 교수, 동문 등은 일제히 반발하며 철회를 촉구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의 서울백병원 지부는 "노조와의 합의 없이 진료 종료 시점이 정해졌다. 다른 백병원지부와 회의 중이며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조영규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장은 "통상 3개월 단위로 예약과 진료가 이뤄지는 종합병원에서 한 달 반만에 환자를 모두 정리한다는 게 가능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조 협의회장은 "환자들이 무슨 불편함을 겪든 서울 중심에서 시작한 백병원을 부산 지역만의 브랜드로 전락시킨다는 말이다. 백인제 박사께서 정말 통곡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서울백병원 동문들도 이날 성명을 내 "독단적인 폐원 결정에 충격과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폐원 의결을 철회하고 병원이 의료와 의학교육에 기여할 수 있는 발전계획을 수립하라"고 주장했다.

병원 설립자인 백인제 선생 후손의 대표를 자처하는 백진경 인제대 교수도 최근 백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와 병원을 '글로벌 K메디컬 허브'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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