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시위 관리의 ‘최종 목표’ [다음주의 질문]

[[한겨레S] 다음주의 질문]

경찰이 지난 6월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인근 인도에서 열린 비정규직 노동단체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의 1박2일 문화제 참가자들을 강제 해산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집회 신고에 사소한 흠결이 있더라도 보완·제한 통고를 우선 검토해 최대한 보장하고, 금지통고를 최소화하고 있다. 야간집회도 집회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있어, 2017년 1월 이후 현재까지 야간 개최를 이유로 금지통고나 제한통고를 한 사례는 전무하다.”

3년 전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규약위원회(ICCPR)에 이렇게 보고했던 경찰이 180도 달라졌다. 3년 동안 20여차례에 걸쳐 별도 집회 신고 없이 평화적으로 진행해온 대법원 앞 노숙문화제는 경찰이 돌연 강제 해산에 나서면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법원이 퇴근길 집회를 보장하라는 결정을 내려도 경찰은 ‘퇴근길 교통정체로 인한 시민 불편’을 이유로 즉시항고에 나서며 ‘버틸 때까지 버티겠다’는 각오까지 보인다.

최소화하고 있다고 자부하던 집회 금지통고는 남발되고 있다. 인권단체 모임인 공권력감시대응팀이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서울에서 금지통고를 받은 집회만 327건에 달했다. 집회 주최 쪽에선 일일이 집행정지 신청을 내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호소한다. 쟁송에 비용이 들고 법원 판단에 따른 플랜비까지 준비해야 하는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집회 신고제를 사실상 무력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경찰의 집회 금지 행태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불법집회에 강경 대응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 이후 집회 대응 기조가 완전히 바뀌면서 ‘용산 눈치보기’로 헌법에서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를 옥죄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용산 대통령실에는 관저가 없기 때문에 100m 이내는 집회 금지 대상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결이 잇따르고 있지만 경찰은 여전히 집회를 금지·제한하고 있다. 이곳에서 집회를 하려면 ‘경찰의 집회 금지’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와야 가능하다.

용산지역 경비상황 대응을 기준으로 보유 목표량을 산정한 차벽트럭과 트레일러형 안전펜스. 2023년도 예산안요구서 주요사업 설명자료.

경찰의 내년 예산안을 보면 ‘정권 심기 경호용’이라는 의구심은 더욱 커진다. 집회시위 진압 예산안은 ‘용산 대통령실 방호’라는 목표에 집중하고 있다. 2018년 ‘원칙적으로 집회·시위 현장에서 차벽을 쓰지 않는다’고 운용지침을 바꿨던 경찰은 10년 만에 차벽트럭 20대를 교체한다고 밝혔는데, ‘용산지역 외곽 주요 차단선 구축 시’, ‘용산지역 경비상황 대응 시’ 20대가 소요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폭 8m, 높이 2m로 50명의 힘을 견딜 수 있는 ‘트레일러형 안전펜스’도 5년간 114대 구매하기로 했다. 역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 차단선을 구축하는 상황 등을 가정한 결과다.

2015년 경찰은 집회 현장에서 물대포를 직사해 백남기 농민을 죽음으로 몰았다. 대법원은 집회·시위 관리 책임자였던 구은수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유죄를 확정하면서 경찰의 위법·과잉 시위진압에 경종을 울렸다. 경찰은 경찰개혁위원회를 꾸려 환골탈태를 다짐했고 지난 6년간 ‘대화와 협력’ 중심의 집회 대응 패러다임을 구축해왔다. 이후 정권이 바뀐 것 외에 무엇이 달라진 걸까. 폭력 집회는 해마다 감소하고 있는데, 대통령실 앞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극렬 폭력 시위’ 상황을 가정해가며 5년간 100억여원을 들여 차벽트럭과 트레일러형 안전펜스를 도입할 필요가 있는지부터 경찰은 설명해야 한다.

장나래 이슈팀 기자 w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