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전세시장 공포’...보증금 못 돌려주는 집주인 늘었다
올해 6월 273억원...지난해말 대비 3배 늘어
역전세ㆍ깡통전세 비중 점점 증가 추세
7일 국회 정무위원회 이용우 의원이 한국주택금융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대위변제 규모는 27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말 61억원인 것에 비하면 약 4배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건수는 올해 6월 기준 124건이다. 이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상품이 출시된 이래 역대 최고 수치다.
대위변제의 회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집주인들이 갚을 능력이 없어 집이 경매에 넘어가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부터 올해 6월말까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과 관련해 총 334억원을 대위변제했는데 이중 회수액은 45억원에 그쳤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은 임대차계약이 종료됐음에도 집주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 경우 공사가 집주인을 대신해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을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공사가 대신 전세금을 돌려주고, 공사는 추후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돌려받게 된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대위변제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전세사고가 늘었다는 방증이다. 실제 지난 5월 기준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전국 전세 보증 사고 금액은 3251억7069만원으로 전월(2856억7508만원) 대비 13.8% 늘었다. 같은 기간 사고 건수는 1273건에서 1444건으로 늘었고 사고율도 6.0%에서 7.2%로 올랐다.
관련 업계에서는 하반기로 갈수록 이같은 전세사고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부동산 가격 하락이 지속될 경우 역전세나, 깡통전세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주택도시금융연구에 수록된 주택금융연구원 ‘전국 아파트 깡통전세 발생률 전수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하반기 전국의 깡통전세 발생률은 평균 18.6%, 내년 상반기에는 평균 22%로 추정됐다. 다만, 이는 집값이 올해보다 20~30%대 하락한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전제로 분석한 결과다.
현재 정부는 역전세ㆍ깡통전세로 인한 세입자 피해를 막기 위해 각종 대책을 내고 있으나, 일각에선 역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7월 말부터 개인다주택자를 대상으로 1년간 한시적으로 보증금 차액에 대한 반환목적 대출을 추가로 해주기로 했다. 집주인에게 대출 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40%가 아닌 DTI(총부채 상환비율)60%를 적용키로 한 것이다.
한 금융 연구원은 “역전세ㆍ깡통전세를 겪는 집 대부분이 신축 빌라나, 오래된 아파트, 지방아파트”라며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을 들 수 있는 곳은 대형 아파트 위주라, 실제 전세사고로 인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숨겨진 세입자는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단 정부가 급한 불을 끄고자, 대출 규제를 완화해주면서 집주인에게 대출을 더 허용해주고 있으나 역전세ㆍ깡통전세 우려가 완전히 줄지는 않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을 주택유형에 따라 가입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고, 또한 공공임대주택을 더 많이 해서 임대차 시장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
전선형 (sunnyju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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