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우크라에 '민간인 살상 악명' 집속탄 보낼 듯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많은 나라에서 사용을 금지한 집속탄을 보낼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러시아는 전장에서 거리가 먼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를 공습해 7명이 숨졌다. 지난달 반란을 일으킨 러 용병그룹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망명하겠다던 벨라루스를 떠나 러시아로 향했다.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은 6일(현지시각) 미 관리 등을 인용해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제공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미 정부가 7일 집속탄을 포함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신규 지원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집속탄은 한 개의 거대한 폭탄 안에 수십~수백 개의 작은 폭탄이 들어 있어 큰 폭탄이 폭발하는 순간 작은 폭탄들이 주변으로 흩뿌려지며 주변을 무차별 파괴하는 무기다. 그 자체로도 살상력이 높지만 불발률이 높아 여러 분쟁 지역에서 예상하지 못한 시점과 장소에서 폭발하며 민간인 피해를 발생시켜 대인지뢰와 함께 대표적 비인도적 무기로 꼽힌다. 때문에 영국, 독일, 프랑스 등 미국의 주요 동맹국을 포함한 세계 123개국이 2008년 집속탄 사용, 생산, 비축, 이전을 금지하는 집속탄 금지 협약(CCM)에 동참한 상태다.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는 이 협약에 가입하지 않았다. 한국도 가입국이 아니다.
더구나 미국과 서방은 우크라이나 전쟁 초반에 러시아의 집속탄 사용을 비난하기까지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인 지난해 3월 유엔 주재 미국 대사 린다 토마스 그린필드는 관련해 러시아가 "매우 치명적인 무기"를 사용해 "민간인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도 지난해 3월 러시아의 집속탄 사용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잔인하고 비인도적이며 국제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6일 보고서를 내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 양쪽 모두가 집속탄을 사용해 민간인 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양쪽에 이를 사용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미국이 집속탄을 우크라이나로 이전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단체는 "미국이 우크라이나로 보내려 하는 집속탄은 20년 이상 된 것으로 넓은 지역으로 퍼지고 불발률이 높기로 악명 높다"며 불발탄이 향후 수 년 간 민간인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권단체 뿐 아니라 동맹국들이 반발할 위험까지 있는데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보내려 하는 이유는 전쟁이 장기화되며 일반 포탄 부족이 심화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집속탄은 미국이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사용하지 않아 재고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백악관 관리를 인용해 미 정부가 최근 몇 주 동안 관련해 주요 동맹국들의 우려를 완화하려 노력해 왔으며 집속탄 사용으로 전장에서 진전이 있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6일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보낸다면 불발률이 낮은 것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불발률은 미 국방부 추정치보다 훨씬 높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인도주의적 지뢰 제거 활동을 하는 비영리 단체를 운영 중인 퇴역 대령 알 보스버그가 집속탄이 "진흙탕이나 경작지 같은 물렁한 토지나 물 속에 떨어질 경우 불발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미 관리들을 인용해 우크라이나인들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러시아 통제 아래 사는 것보단 낫다고 결의한 것이 미국의 집속탄 제공 결정에 영향을 미쳤으며 미국이 불발탄을 추적해 제거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협력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날 <로이터> 통신은 러시아 미사일이 르비우의 주거용 건물을 강타해 적어도 7명이 목숨을 잃고 36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서쪽 끝에 위치해 폴란드 국경과 70km 가량 떨어진 이 도시는 전쟁이 시작된 뒤 전장인 남부와 동부에서 피난민 수천 명이 몰려들며 기존 70만 명 가량이던 인구가 오히려 늘었다. 안드리 사도비 르비우 시장은 "이번 공격은 전면 침공이 벌어진 뒤 민간 시설에 대한 가장 큰 공격"이며 주택 35채, 학교, 업무 단지 등이 광범위한 피해를 입었다고 규탄했다.
루카셴코 "프리고진, 러시아에 있다"
한편 <로이터>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6일 기자들에게 프리고진이 더 이상 벨라루스에 있지 않으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갔고 이날 아침 모스크바로 향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매체는 비행 추적 사이트에 따르면 프리고진의 제트기가 5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로 이동했고 6일에는 다시 러시아 남부로 이동하는 것이 관찰됐지만 프리고진이 탑승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바그너 용병들이 여전히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 지역 기지에 남아 있다고 밝히며 바그너의 벨라루스 이전이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시사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사업가를 인용해 프리고진이 러시아로 돌아와 보안기관이 압수한 돈과 무기를 찾아 갔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그러나 독일 베를린에 기반을 둔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 소속 타티아나 스타노바야 선임연구원이 푸틴이 프리고진이 러시아로 돌아오도록 한 것은 "정리할 시간을 주는 것"이라며 "프리고진을 더 이상 위협적인 인물로 보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추측했다고 덧붙였다.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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