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이다' vs. '아니다'…반복되는 답답한 공방전

[앵커] 

운전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차량이 갑자기 가속하는 현상을 급발진이라고 하죠.

최근 전기차에도 이런 급발진 의심 사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전기차의 경우 내연기관보다 급가속력이 좋고 소음이 적다 보니 사고의 위험성도 더 높을 수 있습니다. 

신성우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고속도로 3차선에서 달리던 전기차 택시가 갑자기 속력을 올리기 시작하더니, 앞선 차량들을 아찔하게 스쳐 지나갑니다. 

10여초 만에 시속 160KM 가까이 치솟았고, 4중 추돌사고가 발생하며 운전자와 승객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타이어를 비롯해 차량 전면부가 심하게 망가졌고 내부 역시 에어백이 안 터진 곳이 없어 당시 사고 상황을 짐작하게 합니다. 

[이한식 / 사고 당시 운전자: (차가) 그냥 튀어요. 그냥 튀는데 제어가 안 돼요. 순간적으로 어떻게 할 수가 없이 앞에 차가 있고, 확 나가니까 피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든 생각이 안전한 곳으로 가서 차를 세워야겠다, 일단 무조건 멈춰야겠다….]

지난달 18일에도 경기도 수원에서 전기차 택시가 갑자기 빠른 속도로 질주해 신호등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특히 전기차는 급가속 능력이 내연기관에 비해 좋아 급발진 사고 발생 시 더욱 위험합니다. 

제조사는 사고기록장치, EDR 데이터를 확인했지만 급발진으로 의심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EDR 데이터로 급발진 여부를 단정하긴 힘들다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김필수 /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EDR에 기록되는 것은 전자제어장치, ECU를 통해 기록이 되는 것인데요. 운전자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차가 움직였다는 것은 ECU 자체가 비정상이라는 얘기죠. (ECU가 비정상인 상태에서) 기록이 되면 이 역시도 비정상이라는 얘기죠. 신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실제로 지난 13년 동안 급발진 의심 사고 건수는 766건에 달하지만, 실제로 급발진으로 인정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습니다. 

지난해 12월 강릉에선 60대 할머니가 운전하던 차에 동승했던 12살 손자가 급발진 의심 사고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올해 2월 국회는 사망한 아이의 이름을 딴 일명 '도현이법'을 논의 중입니다. 

운전자가 아닌 자동차 회사가 결함이 없다는 걸 증명하자는 게 핵심인데, 주무부처인 공정위의 반대로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SBS Biz 신성우입니다.

당신의 제보가 뉴스로 만들어집니다.SBS Biz는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홈페이지 = https://url.kr/9pghjn

짧고 유익한 Biz 숏폼 바로가기

SBS Biz에 제보하기

저작권자 SBS미디어넷 & SBS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