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편의점 배달봇, 인도 따라 캠퍼스 종횡무진···3m내 사람 보이면 감속
'뉴비' 카메라·GPS·초음파센서 장착
시속 3㎞ 주행···행인동작 감지땐 멈춰
시야 확보 어려운 곳서도 문제없어
라이더 기피 장소·시간대 대체할듯
무인화 실현땐 24시간 운영도 가능
관련법 잇단 개정되며 상용화 탄력
“이거 봐! 멈춘다, 멈췄다. 봤어?”
7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 캠퍼스. 자율주행 로봇 ‘뉴비’ 두 대가 드넓은 캠퍼스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뉴비는 행인들의 동작을 감지하면 충돌하지 않기 위해 곧바로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먼 곳에서 뉴비를 발견한 학생들은 신기한 듯 기체에 손을 대보고는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자율주행 로봇 기업 뉴빌리티가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수요 맞춤형 서비스 로봇 개발·보급 사업’의 일환으로 배달 서비스 테스트를 해보고 있는 현장의 모습이다.
배달 수준을 직접 확인해보기 위해 캠퍼스 밖에 위치한 세븐일레븐 건국대점에서부터 뉴비와 동행해봤다. 조이스틱을 든 현장 요원이 뒤따라 걸었지만 이날 캠퍼스 안팎을 오가는 동안 동체에는 내내 초록색 불이 켜져 있었다. 초록불은 사람의 조작이 없는 완전한 자율주행 상태를 뜻한다. 기체에 전해지는 충격과 진동을 줄이도록 반복 학습을 거친 덕에 인도와 횡단보도를 가로지르는 모습도 불안하지 않았다.
뉴비는 인도에서 사람과 나란히 주행하거나 때로 동행자를 앞서기도 했다. 7.2㎞/h까지 낼 수 있는 속력은 안전상의 이유로 3㎞/h까지 낮췄다. 사람이나 장애물이 3m 안에 들어오면 속도를 줄이고 1m 안으로 들어오면 피하게끔 설계됐다. 4월 국회를 통과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그간 자동차로 분류되던 실외 이동 로봇을 보행자로 규정했다. 이에 개정안이 시행되는 10월부터는 로봇도 정식으로 인도를 통행할 수 있다.
로봇 배달 시범 지역으로 선정된 건국대 인근은 난도가 높은 배달 환경이라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시야가 좁은 골목에서 차량이나 사람이 갑자기 튀어나올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양 사가 이 지역을 고른 이유는 이처럼 배달 환경이 좋지 않은 곳에서도 근거리 배달 수요를 잡을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실주문 수요가 많은 대학가와 주택가에서 서비스 실현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면서 “개발 업체도 고난도 환경에서 경험치를 쌓아나가는 단계”라고 말했다. 양 사는 건국대 외 방배동에서도 배달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뉴비는 현재까지 개발된 로봇 가운데 상용화에 가장 가까운 기체 중 하나로 꼽힌다. 기체 앞부분에는 여러 개의 겹눈이 달려 있다. 고가의 라이다(LiDAR) 센서 대신 카메라 렌즈와 무선인식장치(GPS), 초음파 센서만으로 주행하도록 효율화 과정을 거쳤다. 이런 센서들을 복합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안정적인 자율주행 성능을 낸다. 뉴빌리티가 관련 서비스를 시작한 2020년 이래 사고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세븐일레븐과 뉴빌리티는 주차지 1.5㎞ 범위에서 서비스를 시범 제공하고 있다. 배달 로봇은 사람이 운전하는 오토바이보다 속도가 느려 장거리 배달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뉴빌리티 관계자는 “라이더들이 회피하는 장소·거리·시간대에서 메리트가 있다”면서 “이런 배달 수요를 파고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별다른 변수 없이 정해진 시간 내에 예측 가능한 물량을 소화한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르면 다음 달 중에는 무선 충전용 장비도 뉴비에 장착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기체를 옮겨 충전하고 재배치하는 인력이 더는 필요 없다. 정기적 유지·보수를 제외하면 무인으로 24시간 운영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개발 업체 측에 따르면 무인화 실현 시 1대가 24시간 동안 20회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주간에는 식음료를, 야간에는 소화물을 운송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생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다만 지능형로봇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11월부터는 운행 안전 인증을 받은 로봇만 인도 통행이 가능하다. 뉴빌리티는 인증 통과를 위해 노력하는 한편 지금의 실증 특례를 연장해 세븐일레븐과 연계한 배달 서비스를 이어갈 계획이다. 기술 정교화도 숙제다. 뉴빌리티 관계자는 “현재는 배달 목표의 2~3m 근처에 도달하는 수준이지만 이를 1m 이내로 좁혀 달라는 고객사의 요구가 많다”며 “오차 범위를 줄이고 테스트를 지속해 안전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율주행 차량의 카메라에 담긴 영상을 연구개발 목적으로 사용하려면 익명 처리를 해야 해 관련 업체들에 장애물로 꼽혔지만 관련 법령이 차근차근 개선되고 있다”면서 “업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규제를 조절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황동건 기자 brassgu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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