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잇단 승강기 추락사망, 2인1조 필요한데도 ‘나홀로 작업’은 여전

광주전남 노동안전보건 지킴이 등 노동단체 회원들과 산재사망 노동자 유족이 지난 6일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건설업체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고 있다. 광주전남 노동안전보건 지킴이 제공

지난 6일 광주·전남지역 시민단체들은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달 전 산재사망 사고가 발생한 한국건설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및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촉구했다. 숨진 노동자는 한국건설 하청업체 소속의 50대 노동자 ㄱ씨다. 그는 지난달 11일 광주 남구 한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화물용 승강기 자동화설비작업을 하던 중 추락한 리프트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또다른 일터에서도 승강기를 점검하던 노동자들의 추락사가 잇따랐다. 지난달 23일 서울 서대문구 한 아파트에서 승강기를 수리하던 20대 노동자 ㄴ씨(오티스엘리베이터)가 20m 아래 바닥으로 떨어져 숨졌다. ㄴ씨가 사고를 당하기 불과 1주일 전(6월16일), 경기도 오산에서도 상가 건물 승강기를 점검하던 30대 노동자 ㄷ씨가 지상 2층 높이에서 지하 2층으로 추락해 사망했다.

이들의 안타까운 죽음에는 공통점이 있다. 2인1조로 두 사람이 해야 할 위험 작업을 혼자 하다가 참변을 당한 것이다. ㄱ씨는 휴일인 일요일에 홀로 작업하다가 사고를 당했는데, 두 시간이 지나서야 발견됐다. 다른 직원이 옆에 있었다면 목숨을 구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근무경력이 길지 않은 ㄴ씨는 사고가 나기 직전 동료에게 ‘혼자 작업하기 힘드니 도와달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해당 문자를 확인한 동료가 작업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그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ㄷ씨 역시 혼자 승강기 문을 점검하다가 떨어져 숨졌다.

2016년 구의역 김군,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씨도 아슬아슬한 1인 작업을 하다가 숨졌는데, 지금도 여전히 많은 노동자가 위험 작업에 홀로 나서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뒤에도 위험한 작업장의 2인1조 작업은 법제화되지 못했다. ‘승강기 안전운행 및 관리에 관한 운영규정’(행정안전부 고시) 제16조에 점검반은 소속 직원 2명 이상으로 구성한다고 돼 있지만, 위반해도 처벌 규정이 없어 무시되기 일쑤다. 게다가 2인1조가 어떤 단위인지도 불분명해 노사 양쪽의 해석이 엇갈린다. ㄴ씨가 일한 오티스엘리베이터노조는 승강기 한 대당 2명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회사 쪽은 아파트 한 단지당 2명이면 된다고 맞서고 있다.

허술한 안전관리 규정도 문제지만 안전보다 비용을 앞세우는 사업주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사고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산재사망 사고가 났을 때만 반짝 관심을 기울여서는 일터의 안전은 요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