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폐원…환자·직원 무시한 '자격 없는 사람들' 결정" 백병원 의사 호소
박정렬 기자 2023. 7. 7. 18:00
학교법인 인제학원 이사회가 7일 서울백병원의 진료 종료 시점을 '2023년 8월'로 못 박은 가운데 조영규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장(가정의학과 교수)이 "의료기관의 경영자로서 아무런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그는 "한 달 반 만에 종합병원의 환자를 모두 정리한다는 게 가능하겠는가"라며 "구성원들의 고용유지도 결국 사정이 나은 부산 지역의 병원에 모두 전보 조처 하겠다는 말과 같은 뜻"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인제학원이 폐원 시기를 공표한 직후 기자에게 보낸 조 교수의 이메일을 질의응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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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이사회가 다음달 31일 서울백병원 환자 진료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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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에는 연속성이 중요하다. 환자는 새로운 병원, 새로운 의사와 새롭게 관계를 맺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예를 들어 암 환자라면, 이들은 자신의 병을 수술해준 의사를 생명의 은인으로 생각한다. 수년에서 많게는 10년 이상 관계를 맺고 치료받던 의사를 떠나 새로운 병원, 새로운 의사를 찾으라 떠미는 게 말이 되는 처사인가. 최소한 담당 의사가 어느 병원으로 갈지 발령 낸 후에 환자가 교수를 따라가거나, 새로운 병원을 찾도록 '선택의 기회'를 줘야 한다. 지난달 20일 폐원안을 가결하고 아무 말이 없다가, 이제서야 한 달 반 만에 종합병원의 환자를 모두 정리한다고 하는 건 현실성 없는 일이다. 환자가 불편을 겪든 말든 만들어 놓은 일정대로 병원 문을 닫겠다는 뜻이다. 의료기관의 경영자로서 아무런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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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무선 통지, 전원 지원 등을 통해 환자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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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병원은 기본적으로 3개월 단위로 진료가 이뤄진다. 예약된 일정이 있는데 환자에게 "진료가 종료되니 서류를 떼러 오세요"하는 게 환자 중심 서비스인가. 촉박한 일정에 환자들이 몰리면 진료 의뢰서를 쓰는 데만도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린다. 환자를 생각했다면 최소 3개월 이상의 시간적인 여유를 줘야 한다. 의료라고는 하나도 모르는 사람의 결정이라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본다. 현재 우리 병원에서 수련받는 인턴들도 경력에 생채기가 났다. 예비 의사인 인턴은 자신이 몸담고 싶은 진료과에 지원하기 위해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하는데, 중간에 이동한 이들에게 어느 병원에서 좋은 성적을 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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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체 검진, 임상 연구 등 진행 중인 사업은 형제 백병원으로 이관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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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연구는 기본적으로 개별 병원과 계약한다. 다른 병원으로 이관 자체가 불가능하다. 예컨대 처음에는 서울백병원 기계로 검사했다가 나중에 상계백병원 기계로 검사를 하면 이게 비교가 되겠는가. 사업체 검진도 회사가 중구에 있는데 갑자기 일산에 가서 검진하진 않을 것 아닌가. 법인 이사회의 설명은 허울만 좋은 거짓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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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백병원 구성원들의 고용유지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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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이사회는 "형제 백병원의 경영 상황을 감안해 전보 조처를 할 것"이라고 한다. 비단 서울뿐 아니라 상계·일산 등 수도권 소재 병원도 최근 경영 상태가 좋지 않다. 즉, 구성원들을 수도권 소재 병원에는 못 보내고 그나마 사정이 나은 부산·해운대백병원에 전원 전보 조처 하겠다는 말과 같은 뜻이다. 누적 적자 1745억원의 책임은 제때, 제대로 시설과 인력에 투자하지 않은 경영진의 잘못이다. 왜 적자의 책임을 병원장과 의료원장 등에는 묻지 않고 정해준 틀 안에서 최선을 다해 일한 교직원들에게만 불이익을 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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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상계·일산·해운대 등 '형제 백병원'의 발전 로드맵도 발표했는데 어떻게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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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형 인제학원 이사장은 수도권 백병원은 전문센터 위주로 재편하고, 부산 지역 백병원은 부·울·경 최고의 병원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수도권 백병원을 전문센터로 만들겠다는 말은 곧 규모를 줄이겠다는(다운사이징) 것과 같다. 전문센터에 적합하지 않은 진료과는 웬만하면 내보내겠다는 말이다. 결국 서울백병원의 전철을 밟을 것이다. 우리도 "서울 도심에서는 전문센터가 성공한다"는 말로부터 다운사이징이 시작돼 경쟁력을 서서히 잃어갔다. 서울 중심에서 시작한 우리 백병원을 부산 지역만의 지역 브랜드로 전락시키겠다는 건데, 백인제 박사(설립자)가 정말 통곡할 일이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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